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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35장 1-8절, 가나안 정복 최종 단계: 하나님의 마지막 당부

"모두가 자기 몫 챙기기 바쁜 시대, 하나님은 왜 '내어주라'고 명령하셨을까요? 민수기 35장은 땅 없는 레위인과 도피성을 통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진정한 나눔과 공의, 그리고 이웃을 위한 공간 만들기의 의미를 발견해 보세요."

민수기 35장으로 본 '함께 사는 지혜': 내 몫을 나누어 거룩한 공동체를 세우다

▲ 푸른 초장과 돌집들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마을. 하나님이 설계하신 공동체는 이처럼 서로를 위한 공간을 내어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건 내 몫이야!" 모두가 자기 몫을 챙기기 바쁜 시대, 하나님은 왜 이스라엘에게 "너희의 몫을 내어주라"고 명령하셨을까요?
40년의 광야 생활 끝에 꿈에 그리던 약속의 땅을 분배받는 순간,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요? 그런데 하나님은 그 기쁨의 정점에서, 이스라엘에게 아주 특별한 나눔을 요구하십니다.

우리는 보통 '내 것'을 지키고 늘리는 것을 성공이라 생각하잖아요. 저 역시 제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나 소유를 누군가와 나눠야 할 때, 솔직히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소유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립니다. 특히 민수기 35장은 '내어줌'과 '공간 만들기'를 통해 더 건강하고 거룩한 공동체를 세우는 놀라운 지혜를 보여줍니다. 😊

땅 없는 지파, 레위인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 🏡 (1-5절)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명령하십니다. 이스라엘의 각 지파는 자신들이 분배받은 땅(기업)의 일부를 떼어 레위 지파에게 거주할 성읍과 가축을 위한 목초지로 주어야 했습니다. 레위인은 야곱의 셋째 아들 레위의 후손으로, 이스라엘 12지파 중 하나지만 특별한 임무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땅을 경작하는 대신, 성막(훗날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백성에게 율법을 가르치는 영적인 책임을 맡았죠.

그래서 그들은 다른 지파처럼 넓은 영토를 기업으로 받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기업은 세상의 땅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먹고살아야 했기에, 하나님은 다른 모든 지파가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도록 하는 상생의 시스템을 만드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성읍 주변 목초지의 크기까지 성벽에서 사방 천 규빗(약 450m), 또 거기서부터 사방 이천 규빗(약 900m)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정해주셨는데, 이는 레위인들의 삶을 얼마나 세심하게 돌보셨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단순한 자선이 아닌 거룩한 시스템!

레위인에게 성읍을 주는 것은 단순한 자선이나 복지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전체의 영적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각 지파의 영토에 흩어져 사는 레위인들은 그 지역 백성들의 영적 교사와 상담가 역할을 하며, 이스라엘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 위에 바로 서도록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공의: 많이 가진 자는 많이 ⚖️ (6-8절)

하나님의 나눔 명령에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 담겨 있습니다. 8절을 보면 "너희가 많이 받은 자에게서는 많이 떼어서 주고 적게 받은 자에게서는 적게 떼어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지파가 똑같은 수의 성읍을 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 넓은 영토를 받은 유다나 요셉 지파는 더 많은 성읍을, 상대적으로 작은 땅을 받은 지파는 더 적은 수의 성읍을 내놓았습니다. 정말 합리적이고 공평하지 않나요?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깊은 통찰을 줍니다. 공동체의 책임을 분담할 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과 형편에 맞게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의임을 보여줍니다. 섬김과 나눔은 결코 부담이나 손해가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를 함께 세워가는 모두의 책임이자 특권이라는 것입니다.

⚠️ 오해 바로잡기!
레위인들은 아무 일도 안 하고 백성들이 주는 것으로 편하게 살았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백성들을 대신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 즉 하나님의 진노를 막고 백성의 죄를 속하는 제사를 드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막중한 영적 노동을 감당했습니다. 그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공동체 전체의 영적 안녕을 위한 투자였던 셈입니다.

 

여섯 개의 특별시, '도피성'의 비밀 🛡️

오늘 본문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레위인에게 줄 48개의 성읍 중 여섯 개는 '도피성'으로 지정하라는 명령입니다(6절). 도피성은 실수로, 즉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피의 보복자'를 피해 피신할 수 있는 특별한 성소였습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가족이 살해당하면 가장 가까운 친족(피의 보복자)이 직접 복수하는 것이 관습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끝없는 피의 복수극이 벌어지기도 했죠.

하나님은 이러한 사적인 복수를 막고,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셨습니다. 도피성으로 피한 사람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때까지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가 얼마나 균형 잡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제도입니다. 공동체는 죄를 벌하되, 동시에 연약한 자와 억울한 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 도피성의 문은 억울한 자에게 열려 있는 하나님의 자비와 공의의 상징이었습니다.

민수기 35장의 가르침은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 교회와 가정, 사회는 누군가에게 영적인 쉼을 주는 '레위인의 성읍'이 되고 있나요? 또한, 상처받고 억울한 이들이 피할 수 있는 따뜻한 '도피성'이 되어주고 있나요?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기업'을 조금씩 내어줄 때, 우리 공동체는 비로소 하나님이 꿈꾸시는 모습으로 세워져 갈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레위인들은 가축을 길렀는데, 제사 드리는 일 외에 다른 경제 활동도 했나요?
A: 네, 레위인들은 성전 봉사 외에도 율법 교사, 서기관, 재판관, 성전 관리인 등 다양한 전문직에 종사했습니다. 목초지는 그들의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었고, 백성들이 내는 십일조 역시 그들의 주된 수입원이었습니다. 그들은 영적인 일에 전념하기 위해 다른 지파의 물질적 후원을 받는 구조였습니다.
Q: 도피성 제도가 현대의 사법제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차이점은 '보복'의 개념을 공적인 '재판'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입니다. 현대 사법제도처럼 정교하진 않았지만, 사적인 감정으로 인한 복수를 막고 공동체의 질서 안에서 사건을 다루려 했다는 점에서 매우 진보적인 제도였습니다. 또한 대제사장이 죽으면 도피성에 있던 모든 사람이 사면을 받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인한 완전한 사면을 예표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Q: 오늘날 우리 교회가 이웃에게 '도피성'이 되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교회가 세상의 경쟁과 상처에 지친 사람들이 와서 아무런 판단이나 정죄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실수하고 넘어진 이들을 비난하기보다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고, 사회적 약자와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현대적 의미의 '도피성' 역할을 감당하는 길일 것입니다.

결국 민수기 35장이 보여주는 하나님 나라는 나 혼자 잘 사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공간을 내어주고 짐을 나누어지며 함께 세워가는 공동체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것들을 헤아려보고, 그중 작은 일부라도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내어놓는 용기 있는 하루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작은 나눔이 우리를 더 풍성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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