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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성공 사례로 배우는 최고의 유목민 지원 정책

아름다운 철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폭풍우를 피하게 해주고 싶다는 선한 마음에
거대하고 안락한 ‘새장’을 만들어 선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그 새는 가장 소중한 ‘날갯짓’과 ‘이동의 본능’을 잃고, 결국 그 안락한 새장 안에서 생명력을 잃어갈 겁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것이 바로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 사회가 유목민들에게 행해온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왜 그 ‘고장 난 나침반’이 우리를 엉뚱한 곳으로 이끌었는지, 그리고 이제 우리가 펼쳐야 할 ‘새로운 지도’, 즉 진정으로 효과적인 유목민 지원 정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고장 난 나침반: 왜 과거의 정책은 실패했는가? 🧭

과거의 유목민 지원 정책들은 근본적인 오해에서 출발했습니다. 바로 ‘유목은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져야 할 비효율적이고 낡은 관습’이라는 시각입니다. 이 프레임 안에서 정책의 목표는 유목민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 강제 정착: 정부는 학교, 병원 등 사회 서비스를 특정 지역에만 제공하며 유목민들의 정착을 유도했습니다.
  • 토지 사유화: 유목민들이 수천 년간 공동으로 사용해 온 광활한 목초지는 ‘주인 없는 땅’으로 취급되어, 소수의 엘리트나 외국 자본에 헐값에 넘겨졌습니다(출처: ODI, Pastoralism and Policy Processes).
  • 전통 시스템의 무시: 부족의 원로들이 대대로 지켜온 분쟁 해결 방식이나 자원 관리 규칙(Customary Institutions)은 미개한 것으로 치부되고, 서구식 법률이 강제로 이식되었습니다(출처: ScienceDirect).

이 정책들은 ‘선의의 재앙’이었습니다. 이동성이 막힌 유목민들은 오히려 특정 지역의 환경을 파괴했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도시 빈민이 되거나 분쟁에 쉽게 휩쓸렸습니다.

새로운 지도: ‘통제’에서 ‘지원’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 🗺️

다행히, 수십 년간의 값비싼 실패 이후, 드디어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연합(AU)을 필두로 세계은행, IFA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유목을 ‘문제’가 아닌 ‘솔루션’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출처: African Union, Policy Framework for Pastoralism).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 위기 속에서, 유목이야말로 가장 회복탄력성 높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새로운 지도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유목민들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들이 더 잘 유목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이는 그들의 이동성을 강화하고, 그들이 가진 전통 지식과 시스템을 존중하며, 현대 기술과 제도를 통해 그들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5개의 기둥: 성공적인 유목민 지원 정책의 핵심 요소

수많은 정책 보고서와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성공적인 유목민 지원 정책은 다음의 5가지 기둥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1. 이동할 권리, 법으로 보장하라: 전통적인 이동 경로를 ‘이동 복도’로 법제화하고, 목초지에 대한 공동체적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2. 전통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라: 그들만의 자원 관리 규칙과 분쟁 해결 방식을 존중하고, 공식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 통합해야 합니다.
  3.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라: 이동식 학교, 순회 진료소, 원격 교육 등 그들의 삶의 리듬에 맞는 유연한 공공 서비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케냐의 성공 사례가 좋은 예입니다(출처: The Guardian).
  4.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라: 생산자 조합 결성을 지원하고, 실시간 시장 정보를 제공하여 중간 상인에게 착취당하지 않고 공정한 소득을 보장해야 합니다.
  5. 기술의 날개를 달아주어라: 위성 데이터를 이용한 강수량 예측, GPS를 통한 가축 관리 등 현대 기술은 그들의 전통 지식을 돕는 강력한 ‘보조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지원은 시혜가 아닌 현명한 투자다

과거의 실패한 정책들은 유목민들을 수동적인 원조 수혜자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압니다. 효과적인 유목민 지원 정책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들을 지원하는 것은 곧, 기후 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시스템을 보존하는 것이며,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 안보를 지키는 것이고, 분쟁과 테러리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길입니다. 철새에게 새장이 아닌 드넓은 하늘을 돌려주어야 하듯, 우리도 유목민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길 위의 자유’와 ‘존엄성’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다시 초원의 위대한 정원사로 일어설 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왜 유목민들을 정착시켜 현대적인 농업을 하도록 돕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요?

A1. 👉 유목이 이루어지는 곳은 대부분 강수량이 적고 토양이 척박해 현대적인 농업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 해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한계 토지’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유목은 농업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단백질을 생산하고,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Q2. 전통적인 규칙을 존중하는 것이 현대 국가의 법치주의와 충돌하지 않나요?

A2. 👉 충돌하기보다는 ‘보완’하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국가의 공식적인 법률이 모든 세세한 지역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수백 년간 공동체의 신뢰를 받아 온 전통적 중재 방식이 지역 내 분쟁을 더 빠르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은 국가가 이들의 자치적인 제도를 인정하고, 큰 틀의 법치주의와 조화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Q3. 유목민 지원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A3. 👉 여전히 많은 정부 관료들과 개발 전문가들 사이에 남아있는 ‘유목은 뒤떨어진 것’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입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유목의 가치와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왜곡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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