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가 진정으로 가리키는 행복의 방향은 어디일까요?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당신에게”,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이유
혹시 이런 다짐, 해본 적 없으신가요?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내 집만 마련하면’, ‘승진만 하면’… 그러면 정말 행복해질 거라고. 마치 행복을 저 멀리 있는 최종 목적지처럼 설정해두고, 오늘의 고단함을 견디는 우리들의 익숙한 모습이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행복이라는 깃발을 향해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숨 가쁘게 트랙을 돌고 또 돌았죠.
그런데 만약, 그 경주 자체가 잘못된 설계였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평생을 바쳐 좇는 행복이, 사실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면요?
오늘은 조금 불편할 수 있는, 하지만 당신의 행복 공식을 송두리째 뒤바꿀지 모를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의 역작, 『행복의 기원』이 던지는 혁명적인 질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어쩌면 당신은 더 이상 행복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사람으로 거듭날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숙제를 뒤엎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생존 신호’다 🚥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부터 2천 년이 넘도록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말을 진리처럼 여겨왔습니다. 좋은 삶이란 무언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하고, 그 정상에서 비로소 행복을 쟁취하는 것이라고요. 꽤나 근사하고 인간적인 스토리죠.
하지만 서은국 교수는 이 인간 중심적 시나리오에 과감히 메스를 댑니다.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 역시 생존과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동물일 뿐이라는 겁니다. 조금 서운하게 들리시나요? 하지만 잠깐만 상상해보세요. 사자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아마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며 어이없어할 겁니다.
『행복의 기원』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감정, 특히 ‘행복’이라는 감정은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뇌가 교묘하게 설계해 둔 ‘보상 시스템’ 또는 ‘경험 신호등’입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으면 쾌감을 느끼고, 위험을 피하면 안도감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다시 말해, 뇌는 우리의 행복 자체에는 사실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뇌의 유일한 관심사는 ‘생존’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좋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때 우리가 느끼는 그 짜릿한 쾌감(pleasure)은, “어이, 주인!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 생존에 유리한 행동이니 계속 그렇게 해!”라고 외치는 뇌의 신호일 뿐이라는 거죠(출처: 서은국 교수 인터뷰). 행복의 기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행복에 대한 가장 큰 착각: ‘성공하면 행복해질 거야’ 😵
이 지점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뜨끔할 만한 주제가 등장합니다. 바로 ‘성공과 행복의 방정식’입니다. 『행복의 기원』은 왜 대한민국처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에서 행복지수는 바닥을 기는지, 그 원인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행복을 ‘성공의 결과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입사, 강남의 아파트, 비싼 차… 이런 것들을 ‘성공’이라 부르고, 그것을 가지면 행복이 자동으로 따라올 것이라 믿는 경향이 짙습니다.
하지만 이는 행복의 본질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생각입니다. 왜냐고요?
- 경쟁과 비교의 늪: 성공을 지향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타인을 나의 ‘경쟁자’로 만듭니다.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고, SNS에 전시된 타인의 화려한 삶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죠. 이 구도에서는 소수의 ‘위너’를 제외한 대다수가 ‘루저’가 되는 제로섬 게임이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 즐거움의 실종: ‘나의 즐거움’보다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가’를 우선시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보다는, 남들이 ‘와’ 해줄 만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죠. 행복의 본질인 ‘즐거움’을 스스로 소거하는 훈련을 평생 하는 셈입니다.
결국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무의식적으로는 ‘성공’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 과정에서 행복의 진짜 원료인 ‘즐거움’과 ‘유대감’을 모두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그래서, 어떻게? ‘행복한 사람’의 가장 단순한 비밀 💡
자, 그럼 이제 희망 없는 이야기만 하고 끝낼 거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 위대한 이유는, 냉정한 진단에서 그치지 않고 가장 확실하고 과학적인 행복 레시피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복은 ‘사람’에게서 옵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연결’이었습니다. 무리로부터의 소외는 곧 죽음을 의미했죠. 그래서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대화하고, 먹고, 웃을 때 가장 큰 즐거움(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수많은 연구 결과로도 증명됩니다. 행복감이 높은 사람들의 삶을 추적해보면, 그들의 공통점은 돈, 학벌, 외모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좋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죠.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처럼 사소하지만 자주 느끼는 즐거움이, 어쩌다 한번 먹는 최고급 캐비어보다 행복의 총량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당신의 행복 스위치는 어디에 있나요? 혹시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잊고 지낸 건 아닐까요?
오늘 저녁, 미뤄뒀던 친구와의 약속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실없는 농담에 실컷 웃어보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2천 년간의 철학적 담론을 넘어,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 과학적으로 증명한 가장 확실한 행복의 길이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에서 말하는 행복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인가요?
A1. 👉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오해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경험’이며, 뇌가 보내는 보상 신호에 가깝습니다.
Q2. 저는 내향적인 사람인데, 사람을 만나야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A2.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사회적 연결’의 질과 안정감입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소수의 깊고 안정적인 관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억지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Q3. 결국 돈과 행복은 정말 관련이 없다는 뜻인가요?
A3. 👉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돈은 생존의 위협(의식주 문제)을 막아주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일정 수준까지는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후부터는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은 돈으로 행복을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돈으로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