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은 창의성의 적일까, 어머니일까?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길을 지나 출근하고, 거의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삶. 우리는 종종 이런 끝없는 '반복' 속에서 창의력이 메말라간다고 느낍니다. '창의성'이란 번뜩이는 영감이나 천재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고, 나의 반복적인 일상은 그와 가장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만약, 그 지루한 '반복'이야말로 창의성을 낳는 가장 근원적인 힘이라면 어떨까요? 오늘은 창의성 기르는 법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어 줄, '반복과 차이'에 숨겨진 생명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두 종류의 반복: 죽은 반복 vs 살아있는 반복
세상에는 두 종류의 반복이 있습니다. 하나는 '레고 블록'의 반복이고, 다른 하나는 '세포'의 반복입니다.
레고 블록을 수백 번 복제해도 그 결과물은 언제나 원본과 100% 동일합니다. 어떠한 변화도, 생명력도 없는 '죽은 반복'이죠. 하지만 세포는 다릅니다. 세포가 분열을 통해 스스로를 복제할 때, 그 결과물은 이전 세포와 결코 완벽히 같을 수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 미세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반드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반복'입니다. 생명 현상의 본질은 동일한 것의 복제가 아니라, 반복을 통해 필연적으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창의성이 싹틉니다.
반복이 '차이'를 낳는다: 들뢰즈 철학의 핵심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이 심오한 원리를 파고들었습니다. 그는 반복의 진정한 의미는 동일한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이를 생성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과정 그 자체라고 보았습니다(Bloomsbury, 2021).
"반복은 결코 동일자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다. 반복 속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내재되어 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어떤 악기를 배울 때, 같은 악보를 수천 번 반복해서 연습합니다. 하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사람이듯, 매번의 연주는 미세하게 다릅니다. 그 수많은 '차이'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악보를 넘어선 자신만의 해석, 즉 '창의적인 연주'가 탄생하는 것입니다(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반복은 창의성을 억압하는 감옥이 아니라, 오히려 차이를 잉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폭발시키는 거대한 자궁과도 같습니다.
창의성으로 가는 유일한 길, '차이'에 민감해져라
결국 창의성 기르는 법의 핵심은 '차이'를 인지하는 능력, 즉 '민감성(Sensitivity)'에 있습니다. 반복과 차이의 관계를 이해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반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매일 반복하는 업무 속에서 어제와 다른 미세한 차이를 발견해 보세요. 매일 걷는 산책길에서 계절의 작은 변화를 느껴보세요. 그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가 어떤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관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뇌의 창의적 회로를 깨우는 가장 강력한 스위치입니다.
모든 위대한 창조는 '단 하나의 완벽한 원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불완전한 반복들'이 만들어낸 예기치 않은 차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신의 지루한 오늘 하루는, 내일의 위대한 창조를 위한 가장 중요한 '반복'의 과정일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