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즈 정리: 당신의 '감'이 틀렸다고 말해주는 두 가지 질문

당신의 직감이 '확실하다'고 외칠 때, 그 믿음은 얼마나 정확할까요? 노벨상 수상자도 인정한 직관의 함정을 피하고, 천재들의 사고방식이라 불리는 '베이즈 정리'를 일상에서 활용하는 두 가지 핵심 원칙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려드립니다.

당신의 '감', 얼마나 믿으시나요?

혹시 당신의 직감이 "이건 확실해!"라고 외쳤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던 경험, 없으신가요? 유망해 보이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거나, 첫인상이 완벽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최악이었던 순간들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직관을 타고난 재능이나 신비한 육감처럼 여기지만, 행동경제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쉽게 함정에 빠지는지를 수많은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변덕스러운 직관을 버려야만 할까요?

아닙니다. 천재들의 사고방식이라 불리는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는 우리에게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직관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는' 길을 말이죠. 오늘은 복잡한 수학 공식 없이, 단 두 가지 질문만으로 당신의 직관을 천재의 두뇌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직관을 길들이는 두 가지 절대 원칙

베이즈 정리의 핵심은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을 때, 기존의 믿음을 얼마나, 어떻게 업데이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입니다. 그리고 그 본질은 이 두 가지 원칙으로 요약됩니다.

원칙 1: 기저율에 닻을 내려라 (Anchor on a Plausible Base Rate)

모든 판단은 가장 기본적인 통계, 즉 '기저율'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특별한 정보가 주어지기 전에, 그 사건이 원래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신의 생각이 터무니없는 곳으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견고한 앵커(닻) 역할을 합니다.

원칙 2: 증거의 진단성을 의심하라 (Question the Diagnosticity of Your Evidence)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을 때, "와!"하고 감탄하기 전에 먼저 그 증거가 얼마나 '진짜'인지,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그 증거가 정말로 당신이 생각하는 결론을 얼마나 강력하게 뒷받침하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모든 증거는 똑같은 무게를 갖지 않습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시나요? 아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 두 원칙이 어떻게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례: 99% 정확한 검사, 믿어도 될까?

어떤 희귀한 질병이 있습니다. 이 병은 전체 인구의 1%만 걸리는 병입니다(이것이 바로 기저율입니다). 다행히 이 병을 99%의 정확도로 진단하는 검사가 개발되었습니다. 당신이 이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당신이 실제로 이 병에 걸렸을 확률은 몇 %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99%'라고 답합니다. 검사가 99% 정확하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베이즈의 두 원칙을 모두 무시한 치명적인 착각입니다.

의사가 '양성'이라고 적힌 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환자의 머릿속에는 '99% 확진'이라는 큰 생각과 '실제 확률 9%'라는 작은 파이 차트가 동시에 떠오른 모습.
눈앞의 '99%'라는 숫자는 강력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의사가 '양성'이라고 적힌 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환자의 머릿속에는 '99% 확진'이라는 큰 생각과 '실제 확률 9%'라는 작은 파이 차트가 동시에 떠오른 모습.

베이즈의 나침반으로 다시 계산해보기

10,000명의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1. 기저율에 닻을 내리기: 이 병의 유병률은 1%입니다. 따라서 10,000명 중 100명은 실제 환자이고, 나머지 9,900명은 건강한 사람입니다.
  2. 증거의 진단성 확인하기 (환자 그룹): 검사 정확도는 99%이므로, 실제 환자 100명 중 99명은 정확하게 '양성' 판정을 받을 것입니다. (1명은 '음성' 오류)
  3. 증거의 진단성 확인하기 (건강한 그룹): 여기서 함정이 드러납니다. 검사는 99% 정확하므로, 1%의 오류율을 가집니다. 즉, 건강한 9,900명 중 1%인 99명이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성' 판정을 받게 됩니다(거짓 양성).

충격적인 결론: 진짜 확률은 얼마인가?

자, 이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모두 모아봅시다. 실제 환자 그룹에서 99명, 건강한 그룹에서 99명, 총 19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198명 중에서 진짜 환자는 몇 명인가요? 바로 99명입니다.

따라서 당신이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실제로 병에 걸렸을 확률은 198명 중 99명, 즉 정확히 50%입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위 예시에서는 99%로 가정하였으나, 정확한 베이즈 계산법에 따르면 실제 확률은 이보다 낮을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99%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의 직감이 외쳤던 99%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죠?

우리는 '1% 유병률'이라는 압도적으로 중요한 기저율을 무시했고, '99% 정확도'라는 증거가 '1%의 거짓 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오류에 빠진 것입니다.


베이즈 정리는 단순히 수학 공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을 더 명료하게 바라보는 '정신적 습관'입니다. 다음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당신의 직감이 강력한 신호를 보내올 때,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1. "내가 지금 판단의 닻을 내리고 있는 '기저율'은 무엇인가?" (이 분야의 평균적인 성공률은?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일반적인 원인은?)
  2. "내 눈앞의 이 증거는 얼마나 믿을 만하며, 얼마나 결정적인가?" (이 뉴스의 출처는? 이 사람의 첫인상 외에 다른 정보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습관처럼 던지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감정에 휘둘리는 직관의 주인이 되어, 더 나은 선택을 하는 현명한 의사결정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뇌 속에 잠자고 있던 천재를 깨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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