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율의 오류: 당신의 뇌가 로또에 열광하고 가짜뉴스에 속는 진짜 이유

냉정한 확률과 빛나는 이야기 사이,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기적을 향해 기웁니다. 오래된 저울 위, 한쪽에는 거대한 돌덩이가, 다른 쪽에는 빛나는 복권 한 장이 놓여있지만 저울은 물리 법칙을 무시하고 복권 쪽으로 기울어 있는 모습.

당신이 로또를 사는 진짜 이유

혹시 로또를 사면서 "이번엔 정말 될 것 같아!"라고 생각해 본 적 없으신가요? 당첨 확률이 814만 분의 1, 사실상 0에 가깝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우리는 1등 당첨자의 행복한 인터뷰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화려한 미래라는 '이야기'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이것은 단순히 희망을 사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뇌의 직관 시스템, 즉 '시스템 1'이 저지르는 가장 흔하고도 치명적인 '두 가지 원죄(原罪)' 중 하나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합리적이라 믿지만, 사실 우리의 뇌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너무나도 쉽게 넘어가도록 설계된 순진한 도박사와 같습니다.

오늘은 당신의 직관이 매일 저지르고 있는 이 두 가지 죄, 즉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예측하는 죄'와 '거짓된 증거를 믿는 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 죄: 확률을 무시하고 희귀한 사건을 예측한다

이것은 '대표성'이 저지르는 가장 고전적인 죄악으로, 전문 용어로는 '기저율 무시(Base Rate Neglect)'라고 부릅니다. '기저율'이란 어떤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통계적 비율, 즉 진짜 확률을 의미합니다. 로또의 기저율은 814만 분의 1이죠. 하지만 우리의 뇌는 이 지루한 숫자를 싫어합니다.

수줍음이 많고 시를 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그녀의 전공은 '중문학'일까요, 아니면 '경영학'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 없이 '중문학'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수줍은 시인'이라는 이미지가 우리가 가진 중문학 전공생의 고정관념과 너무나 '대표적'으로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전체 대학에서 중문과 학생 수와 경영학과 학생 수의 엄청난 차이, 즉 '기저율'을 완전히 무시해버렸습니다. 통계적으로는 경영학과에 그런 학생이 있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왜 이런 오류가 발생할까?

우리의 시스템 1은 통계학자가 아니라 스토리텔러이기 때문입니다. '814만 분의 1'이라는 이야기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지만, '벼락부자가 되어 인생 역전'이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하고 매력적입니다. 뇌는 이 생생한 이야기의 힘에 압도되어, 현실의 확률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낮은 확률의 사건을, 그 사건이 가진 '이야기의 힘' 때문에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 죄: 증거의 질을 무시하고 보이는 것만 믿는다

두 번째 죄는 더욱 교묘하고 위험합니다. 바로 '증거의 질에 대한 둔감성'입니다. 이는 시스템 1의 절대 원칙인 'WYSIATI (What You See Is All There Is)', 즉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다'라는 원리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리의 뇌는 일단 정보가 눈앞에 나타나면, 그 정보의 출처가 어디인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혹은 이면에 숨겨진 다른 정보는 없는지 따지기 전에, 일단 '있는 그대로'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준 충격적인 뉴스"는 그 친구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과 관계없이 일단 '사실'로 처리되는 것이죠.

우리의 시야는 너무나 좁아서, 눈앞의 자극적인 이야기에만 집중할 뿐 그 뒤에 숨은 진실은 보지 못합니다. 한 사람이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가짜뉴스 헤드라인에 집중하고 있고, 배경의 사실 확인 보고서들은 흐릿하게 보이는 모습.

가짜뉴스는 어떻게 우리의 뇌를 지배하는가?

이것이 바로 가짜뉴스가 효과적으로 퍼지는 원리입니다. 가짜뉴스는 우리의 시스템 2가 '이게 사실일까?'라고 묻기 전에, 시스템 1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만한 감정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던집니다. 일단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시작하면, 그 증거가 얼마나 허술한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기억해야 할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가치가 없는 정보는 정보가 아예 없는 것과 똑같이 취급해야 합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는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하지만 WYSIATI 원칙 때문에, 우리의 뇌는 이 간단한 규칙을 지키는 것을 매우 어려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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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의 직관이 저지르는 두 가지 죄는 모두 '좋은 이야기'에 대한 뿌리 깊은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냉정한 통계보다 감동적인 서사를, 복잡한 진실보다 단순하고 선명한 이야기를 선호하도록 진화해왔습니다.

이 본능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다음에 마음을 뒤흔드는 이야기나 충격적인 정보를 마주했을 때,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1. "그래서, 진짜 확률(기저율)은 얼마나 되지?"
2. "이 증거는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온 것인가?"

이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이, 당신을 그럴듯한 이야기의 함정에서 구해내고, 더 현명한 판단으로 이끄는 강력한 방패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