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W 퍼즐: 당신의 직관이 틀렸다고 말해주는 단 하나의 질문

우리는 스스로 합리적이라 믿지만, 간단한 심리 퍼즐 하나로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쉽게 통계를 무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톰 W 퍼즐'을 통해 당신의 뇌가 어떻게 그럴듯한 이야기에 속아 넘어가는지, 그리고 그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은 무엇인지 확인해보세요.

모든 판단의 시작, 당신의 직관을 시험합니다

혹시 스스로 꽤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할 겁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나름의 논리와 기준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리며 살아간다고 믿으니까요.

오늘, 아주 간단한 퍼즐 하나로 그 믿음이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해보려 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어떤 정보도 찾을 필요 없이, 오직 당신의 직관과 상식에만 의존해 몇 가지 질문에 답하게 될 겁니다. 준비되셨나요?

첫 번째 퍼즐: 확률 게임

'톰 W'라는 가상의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당신이 사는 주의 주립대학교 대학원생입니다. 다른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이제, 아래 9개 전공 분야를 보고 톰 W가 현재 재학 중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순위를 매겨보세요. 1위가 가장 가능성 높은 전공, 9위가 가장 낮은 전공입니다.

  1. 경영학
  2. 컴퓨터 과학
  3. 공학
  4. 인문학 및 교육학
  5. 법학
  6. 의학
  7. 문헌정보학
  8. 자연 및 생명 과학
  9. 사회과학 및 사회복지학

아마 큰 고민 없이 순위를 매기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이 질문의 핵심은 아주 간단하죠. 톰 W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니, 우리는 각 전공의 '기저율(Base Rate)', 즉 전체 대학원생 중 각 전공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인문학 및 교육학, 사회과학 분야의 학생 수가 컴퓨터 과학이나 문헌정보학보다 훨씬 많습니다. 따라서 당신은 통계적 사실에 근거해 인문학 및 교육학을 상위권에, 컴퓨터 과학이나 문헌정보학을 하위권에 두었을 겁니다. 아주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두 번째 퍼즐: 그럴듯한 이야기의 유혹

자, 이제 두 번째 퍼즐입니다. 이번에는 톰 W에 대한 심리학자의 성격 스케치가 주어집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작성된 것이고, 타당성은 불확실하다고 가정해봅시다.

"톰 W는 지능은 높지만 진정한 창의성은 부족하다. 그는 질서와 명확성을 추구하며, 모든 세부 사항이 제자리를 찾는 깔끔하고 단정한 시스템을 선호한다. 그의 글은 다소 건조하고 기계적이지만, 때때로 유치한 말장난이나 공상과학 소설 타입의 상상력으로 활기를 띤다. 유능함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나 동정심이 거의 없어 보이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즐기지 않는다. 자기중심적이지만, 깊은 도덕 감각은 지니고 있다."

이제 다시 한번 9개 전공의 순위를 매겨주세요. 이번 질문은 '확률'이 아닙니다. 위 묘사가 각 전공의 전형적인 학생 이미지와 얼마나 유사한지, 그 유사성만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겁니다.

아마 이번에도 순위는 금방 정해졌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과 비슷한 순서로 답합니다.

  1. 컴퓨터 과학
  2. 공학
  3. 경영학
  4. 자연 및 생명 과학
  5. 문헌정보학
  6. 법학
  7. 의학
  8. 인문학 및 교육학
  9. 사회과학 및 사회복지학

'유치한 말장난'이나 '깔끔하고 단정한 시스템'이라는 힌트는 전형적인 '너드(nerd)'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자연스럽게 컴퓨터 과학이나 공학을 1, 2위로 떠올리게 만들었을 겁니다. 반대로 '공감이나 동정심이 거의 없어 보이는' 모습은 사회과학이나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죠. 이처럼 우리는 특정 묘사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왼쪽에는 질서정연한 도서관이, 오른쪽에는 혼란스럽지만 창의적인 예술가의 작업실이 분할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
질서정연한 통계와 매력적인 이야기 사이, 우리의 뇌는 어디로 향할까요. 왼쪽에는 질서정연한 도서관이, 오른쪽에는 혼란스럽지만 창의적인 예술가의 작업실이 분할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

최종 퍼즐: 당신의 직관은 정답을 맞혔을까?

이제 마지막, 결정적인 질문입니다. 통계학 수업을 여러 번 들은 심리학과 대학원생들에게 던졌던 바로 그 질문이죠.

"지금까지의 모든 정보를 종합했을 때, 톰 W가 현재 각 분야의 대학원생일 '가능성(확률)'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시오."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최종 답은 무엇인가요?

수많은 통계 전문가들, 심지어 이 문제를 설계한 대니얼 카너먼의 동료 통계학자마저도,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두 번째 퍼즐, 즉 '유사성' 순위와 거의 똑같은 순서를 제출했습니다. 혹시 당신도 그러지 않았나요?

이것이 바로 인간 직관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맹점입니다. 우리는 톰 W에 대한 성격 묘사가 '신뢰할 수 없다'는 경고와, 각 전공별 학생 수가 엄청나게 차이 난다는 '기저율' 정보를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무시해버렸습니다. 그저 그럴듯한 '이야기'에 압도당해, 가장 학생 수가 적은 컴퓨터 과학을 가장 가능성 높은 전공으로 선택해버린 것이죠.

왜 우리는 명백한 함정에 빠지는가?

이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뇌는 복잡하고 어려운 확률 질문(톰 W가 컴퓨터 과학과 학생일 확률은 얼마인가?)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훨씬 쉽고 직관적인 질문(톰 W는 컴퓨터 과학과 학생의 이미지와 얼마나 닮았는가?)으로 바꿔치기해서 답해버립니다. 어려운 통계 문제를 쉬운 이야기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이것은 뇌의 자동 반응 시스템인 '시스템 1'의 작동 방식입니다. 시스템 1은 분석하고 계산하기보다, 그럴듯한 이야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반면 통계적 사실(기저율)을 고려하는 것은 논리적 사고 시스템인 '시스템 2'의 역할이지만, 시스템 2는 게으르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시스템 1이 내놓은 그럴듯한 답을 그대로 승인해버립니다.


톰 W 퍼즐은 단순한 심리 테스트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을 판단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톰 W'를 만납니다. 잘 다듬어진 외모의 경영자, 화려한 언변의 정치인, 번듯해 보이는 스타트업…. 우리는 그들의 겉모습이 우리가 가진 '성공'의 이미지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고 그들의 성공 확률을 판단하지만, 그들이 속한 분야의 냉정한 성공 '기저율'은 쉽게 잊어버립니다.

우리의 직관은 세상을 빠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그럴듯한 이야기에 속아 넘어가게 만드는 위험한 함정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지혜는 나의 직관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지적 겸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당신은 또 어떤 그럴듯한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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