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지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지식을 탐합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새로운 정보를 검색하며 머릿속을 채워나가죠.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 많은 지식이 내 삶을 정말 바꾸고 있는가?'
지식의 양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길을 잃는 듯한 느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중요한 '나'는 사라지는 듯한 기분.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식의 '목적'을 잃어버렸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지식의 끝은 '창의성'이라고. 그리고 그 창의성의 궁극적인 모습은 바로 '예술적 자기 창조의 과정'에 있습니다.
왜 지식의 끝은 '창의성'인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것, 즉 지식의 축적 단계에서 우리는 외부 세계를 탐색합니다. 하지만 그 지식들이 내 안에서 충돌하고 융합하며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면, 우리의 지적 욕구는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꿉니다. 밖을 향했던 시선이 안으로, 즉 '나' 자신에게로 향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창의성이 발현되는 순간입니다. 외부의 지식을 재료 삼아,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독한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나의 단점, 치부, 형질적 취약점들을 마주하고, 그것을 깎고 다듬어 새로운 '나'를 빚어내는 과정. 이것이 바로 창의성 발현의 핵심입니다.
니체가 말한 '예술가로서의 자기 창조'
이러한 통찰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니체에게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하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할 존재였습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생성하고 창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이것이 바로 예술적 자기 창조의 과정이다."
니체는 우리가 가진 단점이나 고통을 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로 보았죠. 조각가가 거친 돌덩이를 깎아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듯, 우리 역시 자신의 고통과 결핍을 깎고 다듬어 더 강하고 아름다운 자신을 만들어내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Conway, 1997).
그가 말한 '위버멘쉬(Übermensch, 초인)'는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닙니다. 바로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재료 삼아 스스로를 창조해내는 사람, 자신의 삶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완성해내는 사람입니다(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당신의 삶을 '작품'으로 만드는 법
지식과 창의성의 관계는 이제 명확해졌습니다. 지식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나'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이자 재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상에서 '예술적 자기 창조'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 내면의 자아상 마주하기: 당신의 단점, 약점, 숨기고 싶은 모습을 외면하지 마세요. 그것들이야말로 당신을 독특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입니다.
- 지식을 조각칼로 사용하기: 새로운 지식을 배울 때, '이것으로 나의 어떤 부분을 깎아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해 보세요. 지식을 통해 편견을 깨고, 약점을 보완하며 스스로를 다듬어 나가세요.
- 고통을 붓으로 삼기: 힘든 경험은 당신이라는 그림에 깊이를 더하는 가장 강렬한 물감입니다. 고통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그 경험이 나를 어떻게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의미를 부여하세요.
우리는 흔히 '똑똑하다'는 것을 창의성의 조건이라 생각하지만, 진짜 창의성은 지능의 높낮이와 상관없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마주하고, 기꺼이 자신을 부수고 다시 빚어낼 용기가 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평생에 걸쳐 만들어야 할 단 하나의 걸작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당신은 오늘, 당신의 삶이라는 캔버스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