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준 게 얼만데..."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친구의 이사를 발 벗고 도와줬는데, 정작 내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 친구는 나 몰라라 할 때의 서운함. 나는 값비싼 선물을 해줬는데, 돌아온 것은 성의 없어 보이는 작은 선물일 때의 씁쓸함.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나도 모르게 '내가 준 만큼 돌려받고 싶다'는 보상 심리의 덫에 걸리곤 합니다.
이 '기대와 실망'의 굴레에 지친 우리에게, 2000년 전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관계 맺기 방식을 제안합니다. 바로, '포도나무처럼 사랑하고 베푸는 기술'입니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입니까?
마르쿠스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잠시 당신은 어떤 유형에 가장 가까운지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 거래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고, 항상 그것을 돌려받을 기회를 계산하는 사람. 그의 친절은 사실상 '투자'에 가깝습니다.
- 빚을 주는 사람: 대놓고 대가를 바라지는 않지만, 자신이 베푼 호의를 마음속 '채무 장부'에 기록해두는 사람. 그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빚'을 졌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 잊어버리는 사람: 자신이 좋은 일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 그의 선행은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마르쿠스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경지는 바로 세 번째, '잊어버리는 사람'이라고 말이죠. 그는 이 경지를 아름다운 자연의 비유를 통해 설명합니다.
궁극의 경지: 포도나무의 비유
"포도나무는 포도를 생산하고는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을 도운 인간은 그것으로 소란을 피우지 않고, 그저 다음 계절에 다시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포도나무처럼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뿐이다."
포도나무는 자신이 얼마나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는지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 열매를 먹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본성, 즉 '열매를 맺는 것'에 충실할 뿐입니다. 마르쿠스는 다른 예시를 덧붙입니다.
- 경주를 끝까지 마친 말
- 사냥을 끝낸 개
- 꿀을 저장한 벌
이들 모두는 자신의 본성에 따른 임무를 완수했을 뿐, 그것에 대해 어떠한 보상이나 칭찬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은 '사회적으로 행동하고 서로를 돕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누군가를 돕는 것은,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라는 우리의 본성을 실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보상을 기대하는 순간, 선행은 거래가 된다
우리가 베풂에 대해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 행위의 보상을 '외부', 즉 타인의 감사나 인, 비슷한 수준의 되갚음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도나무의 지혜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선행의 진정한 보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본성을 완벽하게 실현했다'는 내면의 충만함 그 자체라고 말이죠.
이 관점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인간관계의 많은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상대방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나의 베풂은 그의 반응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적인 선행'을 향하여
마르쿠스는 우리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선을 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이타적인 행동이 특별한 결심이 필요한 이벤트가 아니라, 숨 쉬고 밥 먹는 것처럼 당연한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포도나무처럼 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늘,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 기회가 있다면 한번 시험해 보세요. 그 행위를 당신의 마음속 장부에서 깨끗이 지워버리는 연습을 말입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주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을 때, 당신은 비로소 타인의 인정에서 자유로워지고, 조건 없는 베풂이 주는 진정한 평온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