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효과: '15명 중 4명'이라는 통계가 당신의 신념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왜 충격적인 통계는 우리의 신념을 바꾸지 못할까요? 유명한 '돕기 실험'을 통해, 우리의 뇌가 일반적인 통계보다 놀라운 '개별 사례'에 훨씬 더 강력하게 반응하며 생각을 바꾸는 이유를 탐구합니다.

당신은 '선한 사람'입니까?

아마 대부분은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할 겁니다.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를 곤경에 처한 사람을 기꺼이 도울, 괜찮고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여기, 당신의 그 굳건한 믿음을 뒤흔들, 사회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도 불편한 실험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뉴욕 대학교의 한 실험실, 작은 개인 부스 안에 앉아있는 당신을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인터콤을 통해 다른 5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마이크는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켜집니다. 첫 번째 참가자는 뉴욕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고 부끄럽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그의 차례가 되었을 때,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의 목소리는 흥분되고 횡설수설하더니, 발작이 오고 있다며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내 질식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마지막 말이 들려옵니다. "누가...누가...좀...도와...쿨럭... 나...죽을...것...같아..."

그리고 인터콤은 침묵에 휩싸입니다. 당신의 마이크가 자동으로 켜집니다.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 말고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돕지 않을까요?

충격적인 통계, 그러나 바뀌지 않는 믿음

이것이 바로 '책임감 분산' 또는 '방관자 효과'를 증명한 리처드 니스벳과 유진 보르기다의 '돕기 실험'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의 믿음을 배신합니다. 실험에 참가한 15명 중, 즉시 도움을 요청하러 나선 사람은 단 4명이었습니다. 6명은 아예 부스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죠.

이 결과가 놀라우신가요? 아마 그럴 겁니다. 심리학 교수들은 바로 이 '놀라움'을 통해 학생들이 인간 본성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기대합니다. '아, 나 역시 저런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이 도울 것이라 생각하며 머뭇거릴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니스벳과 보르기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이 충격적인 실험 '결과(통계)'를 모두 알려준 뒤, 실험 참가자 중 두 명의 짧은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상 속 두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고, 친절하며, 선량해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영상 속 이 두 사람은 과연 얼마나 빨리 피해자를 도왔을까요?"

학생들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그들은 방금 '15명 중 4명만 도왔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즉시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통계적 사실이, '선량해 보이는 사람은 남을 돕는다'는 자신들의 기존 신념을 전혀 바꾸지 못한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그 통계에서 조용히 예외로 취급해버렸습니다.

심리학 교육은 대부분 시간 낭비인가?

이 결과는 심리학 교사들에게는 좌절스러운 소식입니다. 아무리 놀라운 통계적 사실을 가르쳐도, 학생들은 그것을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꾸는 데 사용하지 않고, 그저 시험에 나올 '새로운 사실'로만 암기할 뿐이라는 뜻이니까요.

생각을 바꾸는 단 하나의 열쇠: '놀라운 개별 사례'

그렇다면 무엇이 정말로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니스벳과 보르기다는 마지막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학생 그룹에게 실험의 '통계 결과'를 아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똑같이 평범하고 선량해 보이는 두 명의 인터뷰 영상을 먼저 보여준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고로, 여러분이 방금 본 이 두 사람은, 발작하는 남자를 돕지 않았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전체 실험에서 몇 명이나 도움을 주었을지 추측해보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과는 극적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추측은 실제 결과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실험의 가장 심오한 결론입니다.

"일반적인 것(통계)에서 특수한 것(개인)을 추론하기를 꺼리는 태도는, 특수한 것(개인)에서 일반적인 것(통계)을 추론하려는 의지에 의해서만 능가될 뿐이다."

우리의 뇌는 '15명 중 11명은 돕지 않았다'는 차가운 통계 앞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본 저 착해 보이는 사람이 돕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단 하나의 사례 앞에서는, "세상 일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구나"라며 자신의 세계관 전체를 기꺼이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배우는가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배움과 변화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려줍니다. 우리는 추상적인 데이터와 통계로 설득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충돌하는, 구체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배웁니다.

당신의 생각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면, 수많은 통계 자료를 제시하는 것보다, 그 통계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강력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지 모릅니다. 우리의 뇌는 그렇게 설계되었으니까요. 결국, 우리는 통계가 아닌 이야기로 세상을 이해하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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