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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막막하기만 한 공부 계획 앞에서 우리는 종종 이런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 가장 중요해 보이는 일, 가장 급해 보이는 문제를 붙잡는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결국 오늘도 중요한 일은 시작도 못한 채, 자책감만 안고 하루를 마무리하지는 않으셨나요?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님은 이런 우리에게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합니다. 중요한 문제를 무작정 붙잡고 씨름하는 대신, 가장 먼저 '문제의 난이도를 평가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일을 쉽게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 뇌의 작동 원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놀랍도록 과학적인 전략입니다.
왜 쉬운 문제부터 풀어야 할까? '수능 시험'의 역설
학창 시절, 시험 감독관은 항상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어려운 문제는 건너뛰고,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푸세요." 왜 그랬을까요? 단순히 시간 배분을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뇌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쉬운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우리 뇌와 몸은 서서히 '예열'됩니다. 작은 성공 경험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만들어내고, 뇌는 문제 해결에 최적화된 상태로 워밍업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높아진 효율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면, 처음부터 끙끙댔을 때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붙잡으면 어떻게 될까요? 과도한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부은 끝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우리 뇌는 급격한 피로감과 좌절감을 느낍니다. 결국 그 부정적인 감정은 이어지는 쉬운 문제들을 풀 집중력마저 앗아가 버리고, 시험 전체를 망치게 되는 것이죠.
우리의 인생과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 없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에 뛰어드는 것은, 워밍업 없이いきなり 100kg 벤치프레스를 드는 것과 같습니다. 성공 확률도 낮을뿐더러, 실패했을 때의 심리적 타격은 하루 전체의 생산성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1단계 평가: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로 진짜 중요한 일 가려내기
그렇다면 문제의 난이도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그 첫 번째 단계는 '이 일이 정말 중요한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34대 대통령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사용했던 이 시간 관리 매트릭스는, 우리의 할 일을 '중요도'와 '긴급성'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돕습니다(James Clear).
- 제1사분면: 중요하고 긴급한 일 (긴급 과제)
- 예: 갑작스러운 위기, 마감 직전의 프로젝트. 즉시 처리해야 합니다.
- 제2사분면: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핵심 과제)
- 예: 장기적인 목표 설정, 운동, 새로운 기술 학습, 인간관계 관리. 이것이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영역입니다. 시간을 계획하고 꾸준히 실행해야 합니다.
- 제3사분면: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 (방해 과제)
- 예: 대부분의 전화, 불필요한 회의, 일부 이메일. 가능한 한 위임하거나 최소한의 시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 제4사분면: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 (낭비 과제)
- 예: 무의미한 인터넷 서핑, 과도한 SNS. 과감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이 매트릭스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급하다'고 착각하며 에너지를 쏟았던 일들 대부분이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제3사분면의 일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제2사분면의 일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난이도를 평가하고 집중해야 할 진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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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평가: 'WBS'로 거대한 문제를 잘게 쪼개기
이제 진짜 중요한 문제(제2사분면 과제)를 골라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학습'이나 '장기 프로젝트 기획' 같은 과제들은 너무 거대하고 막막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작업 분해 구조(Work Breakdown Structure, WBS)' 기법입니다.
WBS는 프로젝트 관리(PM)의 핵심 개념으로, 거대하고 복잡한 최종 목표를 더 작고 관리하기 쉬운 작업 단위로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Project Management Institute(PMI)). '책 한 권 쓰기'라는 거대한 목표를 '자료 조사 → 목차 구성 → 챕터별 초고 작성 → 퇴고' 등으로 나누고, '챕터별 초고 작성'을 다시 '1챕터 쓰기', '2챕터 쓰기'로 나누는 식입니다.
이렇게 잘게 쪼개진 과제들은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난이도가 명확해지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어렵고 큰 개구리부터 먹어라(Eat That Frog!)'는 유명한 조언이 있습니다. WBS는 바로 그 '개구리'를 무작정 삼키는 대신, 잘게 해체하여 하나씩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현명한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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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내용 요약
계획 없이 실행 단계로 뛰어드는 것은 숲속에서 길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문제든, 특히 당신의 인생에 중요한 장기적인 문제일수록 반드시 '난이도 평가'라는 지도를 먼저 펼쳐야 합니다.
-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며 뇌를 워밍업하고 성공의 추진력을 만드세요.
-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를 이용해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가려내세요.
- 'WBS' 기법으로 거대하고 막막한 문제를 작고 실행 가능한 단위로 나누세요.
기억하세요. 당신이 느끼는 막막함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문제의 크기에 압도당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을 가로막는 거대한 문제의 '난이도'를 정확히 평가하고, 잘게 나누어 하나씩 정복해나가는 지적인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