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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질문이 멈추는 순간
수십 장에 걸친 기나긴 논쟁 끝에, 욥은 마침내 폭풍 속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과 대면합니다. 하지만 그가 들은 것은 고통의 이유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땅의 기초와 바다의 경계, 별들의 운행에 대한 압도적인 질문들이었죠.
이 우주적 질문들 앞에서, 욥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습니다. 자신의 고통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절규했지만, 그 고통조차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섭리의 일부임을 직감한 것입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의 모든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무가치한 자이오니, 내가 주께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다만 내 손으로 내 입을 가릴 뿐입니다."
– 욥기 40장 4절
이것이 바로 욥이 얻은 첫 번째 위대한 교훈, 바로 겸손입니다.
욥기의 첫 번째 교훈: 지적 겸손의 시작
욥의 겸손은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윤리적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 이성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처절한 깨달음, 즉 지적 겸손이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고통을 인과응보라는 좁은 틀로 해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처럼 섣부른 답을 찾으려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거대한 신비가 존재함을 인정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욥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우리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불행 앞에서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못합니다. 그 이유를 찾아내야만 이 고통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욥기는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때로는 그 질문을 멈추고,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온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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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기의 두 번째 교훈: 경외, 그리고 진정한 만남
하나님의 말씀을 모두 들은 욥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마지막 고백을 남깁니다. 이 고백 안에 욥기의 모든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에서 회개하나이다."
– 욥기 42장 5-6절
이 고백의 핵심은 '이해'가 아닌 '만남'입니다. 욥은 고난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납득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그저 자신을 압도하는 거룩하고 광대한 존재를 직접 '체험'한 것입니다. 이 경험이 바로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경외감(Awe)'의 본질입니다(Keltner, D. et al.).
광대한 자연이나 위대한 예술 앞에서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개인적인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 더 큰 관점을 얻게 됩니다. 욥은 폭풍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경외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고통이라는 좁은 감옥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를 얻은 것입니다.
결론: 고난을 이기는 유일한 길
결국 욥기가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인 교훈은 명확합니다. 이유 없는 고난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질문을 멈추고, 다음의 두 가지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 겸손: 세상에는 내 작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섭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
- 경외: 나를 넘어선 그 거대한 섭리 앞에서 나의 작음을 깨닫고, 그 존재를 신뢰하는 것.
욥은 고통의 이유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는 하나님 자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혹시 지금, 당신의 삶을 뒤흔드는 고통의 폭풍 한가운데 서 있다면, 욥의 마지막 고백을 기억하십시오. 우리의 모든 질문이 끝나는 그곳, 이해를 넘어서는 경외의 자리에 설 때, 비로소 우리는 어떤 고난에도 무너지지 않는 진짜 평온을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