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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흔들리던 순간, 저는 읽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잠들기 전이면 늘 마음이 허전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수많은 걱정거리가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일도, 관계도, 심지어 나 자신에 대한 확신마저도 안개처럼 희미해져 길을 잃은 기분이었습니다. 성공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제 영혼은 방전된 배터리처럼 깜빡이고 있었죠.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절반 가까이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고신뉴스, 2021).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얻을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럴수록 제 마음은 더 공허해졌습니다. 바로 그때, 저는 가장 단순하고 오래된 방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매일 새벽, 성경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쓰는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단순한 루틴이 어떻게 제 삶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는지, 오늘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보려 합니다.
첫 번째 이유: 말씀은 삶의 '닻'이 되어주었습니다 (Mind)
세상은 매일같이 변하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오답이 되는 시대입니다. 수많은 정보와 가치관 속에서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저에게 성경 묵상은 요동치는 세상의 파도 속에서 영혼을 단단히 붙들어 매는 '닻'을 내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말씀을 통해 저는 유행을 타지 않는 수천 년의 지혜와 만납니다. 사랑과 용서, 겸손과 인내, 그리고 인간의 연약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향한 신실한 계획. 이 영원한 가치들은 제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이 되어주었습니다. 어지러운 마음이 말씀의 질서 안에서 차분히 정돈되고, 눈앞의 문제에 매몰되었던 시야는 더 넓고 깊은 관점을 되찾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안을 선물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 글쓰기는 묵상을 '삶'으로 번역해주었습니다 (Life)
아무리 좋은 깨달음도 머릿속에만 머물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합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묵상을 통해 얻은 추상적인 지혜를 제 삶의 구체적인 현실로 '번역'하고 '적용'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저는 대단한 글을 쓰지 않습니다. 그저 그날 묵상한 말씀, 그로 인해 떠오른 생각, 어제의 감사와 오늘의 다짐을 거칠게 적어 내려갈 뿐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막연했던 생각은 선명한 문장이 되고, 하나님의 뜻은 제가 오늘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뀝니다.
저의 실제 글쓰기 과정은 이렇습니다
- 상황(Problem): "오늘 아침 QT 말씀은 '서로 사랑하라'인데, 어제 나를 무시했던 직장 상사를 떠올리니 용서가 안 된다."
- 적용(Action): "글을 쓰며 기도한다. '하나님, 제 힘으로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미워하지 않을 용기만이라도 주세요. 오늘 그를 마주치면,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게 해주세요.'"
- 변화(Result): 글쓰기는 묵상이 감상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결단'의 장이 됩니다.
한 목사님의 책에서 "하나님의 큰일을 위한 오늘의 작은 일"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 위대한 신앙고백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말씀대로 살아내기 위한 아주 작고 구체적인 다짐을 기록하는 일이죠.
세 번째 이유: 이 루틴은 건강한 '태도'를 만들었습니다 (Body)
성경을 읽고 글을 쓰는 아침의 루틴은 단순히 마음의 평안을 넘어, 제 삶의 태도 전반을 건강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꾸준함이 만들어낸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감사'와 '겸손'이었습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어제와 똑같은 하루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제는 불평만 가득했던 노트가 오늘은 작은 감사들로 채워지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또한, 매일 말씀을 마주하며 저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게 되니, 다른 사람의 실수를 더 너그럽게 이해하게 되고 불필요한 교만과 조급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매일 성경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신학적 지식을 쌓기 위함도 아닙니다. 그것은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닻을 내리고, 희미한 등대의 불빛을 따라 노를 젓는 것과 같은, 저 자신을 위한 가장 절실한 생존의 행위입니다. 흩어진 마음을 모으고, 복잡한 삶의 문제들을 지혜의 질서 아래 정돈하며, 마침내 영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혹시 지금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계시다면, 거창한 계획 대신 아주 작은 루틴 하나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영혼을 위한 닻은 무엇입니까? 그 닻을 내리고, 당신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할 때, 분명 어제와는 다른 아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