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헐’만 쓰는 당신, 혹시 당신의 세계가 쪼그라들고 있나요?

모든 감정을 '대박'이나 '헐'로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진 않나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입니다. 어휘력이 쪼그라들면 생각과 감정도 함께 쪼그라듭니다. 어휘력과 표현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구체적인 훈련법 2가지를 소개합니다.

기쁠 때, 슬플 때, 놀라울 때, 화가 날 때... 혹시 이 모든 감정을 "대박!" 혹은 "헐..." 이라는 단 두 마디로 해결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편하고 빠르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단어들에 우리 자신을 가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 감정과 생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딱 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겁니다. 이는 단순히 어휘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쩌면 당신의 '세계'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내 언어의 한계는 곧 내 세계의 한계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저서 『논리-철학 논고』에서 충격적인 명제를 던집니다. 바로 "내 언어의 한계는 곧 내 세계의 한계다(The limits of my language mean the limits of my world)"라는 말이죠(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이 말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고독'이라는 단어를 모르면 고독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없고, '설렘'이라는 단어를 모르면 그 미묘한 감정을 그저 '기분 좋음'으로 뭉뚱그릴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즉, 우리는 우리가 아는 단어만큼만 세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박'과 '헐'처럼 의미장이 넓은 단어를 남용하는 습관은,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많은 단어들을 우리 머릿속에서 몰아내고, 결국 우리의 생각과 감정마저 단순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다면 이 쪼그라드는 세계에서 벗어나, 다시 풍요로운 표현력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요? 여기 아주 구체적이고 강력한 두 가지 훈련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비법: 오감을 깨우는 글쓰기

우리의 표현력이 무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을 '생각'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물이 차가웠다', '음식이 맛있었다'와 같은 문장은 당신의 판단일 뿐, 독자에게 어떤 경험도 주지 못합니다.

이제부터 판단을 멈추고, 당신의 오감을 종이 위에 펼쳐보세요. '물이 차가웠다' 대신, '얼음물을 쥔 손이 시리다 못해 아려왔다(촉각). 물을 마시니 목구멍까지 시원해지며 머리 뒷골이 띵하게 울렸다(감각).' 라고 써보는 겁니다. 오감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글은 죽어있던 생명력을 되찾고, 독자를 당신의 경험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비법: 세상을 낯설게 보는 '은유 놀이'

어휘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더 강력한 방법은 바로 '은유(Metaphor) 놀이'입니다. 인지과학자들은 은유가 단순히 말을 꾸미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사고 도구라고 말합니다(University of Chicago Press). 즉, 은유를 만드는 훈련은 곧 생각하는 힘 자체를 기르는 훈련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A는 B다' 형식으로,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대상을 억지로 연결해보는 겁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강물에 완벽하게 반사되어 마치 강이 우주처럼 보이는 신비로운 풍경.
은유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뜨게 합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강물에 완벽하게 반사되어 마치 강이 우주처럼 보이는 신비로운 풍경.

지금 당장 'A는 B다' 놀이를 시작해보세요

  • 월급은 ( B )이다: 월급은 아이스크림이다. (손에 쥐는 순간 녹아버리니까)
  • 내 남편은 ( B )이다: 내 남편은 이다. (묵묵하고 듬직하니까)
  • 카메라는 ( B )이다: 카메라는 외계인이다. (커다란 눈이 하나만 있으니까)

처음엔 어색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낯설게 연결하기'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능력이 발달하게 됩니다(Psychological Review, 2021). 이는 곧 창의적인 표현력과 직결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몇 개의 단어가 아닙니다. 세상을 다채롭게 느끼고, 내 감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타인과 깊이 있게 연결될 수 있는 '세계' 그 자체입니다.

오늘부터 '대박'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려고 할 때 잠시 멈춰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내 마음을 표현할 다른 단어는 없을까?" 그 작은 질문 하나가 당신의 쪼그라든 세계를 다시 무한히 확장시키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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