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이 안 좋을 때, 일부러 웃어본 적 있나요?
우리는 보통 생각이 행동을 낳는다고 믿습니다. 행복해서 웃고, 슬퍼서 찡그리며, 동의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인다고 말이죠.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반대도 사실이라면 어떨까요? 웃는 '행동'이 행복한 '감정'을 만들어내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이 동의하는 '생각'을 강화한다면요?
오늘은 우리가 우리의 몸을 이용해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 놀랍고도 실용적인 심리학의 비밀, '상호 점화 효과(Reciprocal Priming Effect)'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행동이 생각을 부른다: 거꾸로 흐르는 영감
우리는 앞서 '플로리다 효과'를 통해 생각이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행동(느리게 걷기)을 유발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는 일방통행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는 이 관계가 완벽한 양방향 도로임을 증명했습니다.
구체적인 적용 예시: 느리게 걸었더니 '노인'이 떠올랐다
- 상황(Problem):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평소 걸음걸이보다 약 3분의 1 수준인 분당 30보의 속도로 5분간 방 안을 어슬렁거리게 했습니다.
- 행동(Action): 학생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느릿느릿 걸었을 뿐입니다.
- 결과(Result): 이 짧은 경험 직후, 학생들은 '건망증이 있는(forgetful)', '늙은(old)', '외로운(lonely)'과 같이 노인과 관련된 단어들을 훨씬 더 빨리 인식해냈습니다.
느리게 걷는 행동이 '노인'이라는 생각을 점화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상호 점화 효과는 일관된 반응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인처럼 행동하면 노인에 대한 생각이 강화되고, 노인에 대한 생각을 하면 노인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 바로, 당신의 감정을 바꿔보세요
이 원리는 우리의 감정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지금 바로 연필 한 자루를 준비해서 직접 실험해 보시죠.
- 먼저, 지우개가 오른쪽을, 연필심이 왼쪽을 향하도록 연필을 가로로 치아 사이에 가볍게 물어보세요. 입술이 연필에 닿지 않게 하세요. 이 자세는 당신도 모르게 얼굴 근육을 '미소 짓는' 형태로 만듭니다.
- 다음으로, 연필심이 정면을 향하도록 지우개 끝부분을 입술로만 오므려 잡아보세요. 이 자세는 '얼굴을 찡그리는' 형태를 만듭니다.
한 실험에서, 학생들에게 이 두 가지 자세를 취하게 한 채 개리 라슨의 만화를 평가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던 학생들은 '찡그린' 학생들보다 만화가 훨씬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단순한 제스처 역시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헤드폰 음질을 테스트한다며, 일부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게(긍정 제스처) 하고, 다른 일부는 좌우로 흔들게(부정 제스처) 했습니다. 그들이 들은 것은 라디오 사설이었죠. 고개를 끄덕인 사람들은 그 메시지를 수용하는 경향을 보였고, 고개를 저은 사람들은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또한, 그 어떤 의식적인 자각도 없이 일어났습니다.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
이 모든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고 강력합니다. 우리의 연상 네트워크는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즐거울 때 미소 짓게 되는 것처럼, 미소를 짓는 행동은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기분과 상관없이 침착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라"는 흔한 충고가 왜 아주 훌륭한 조언인지 이제 아시겠나요? 당신은 실제로 침착하고 친절해지는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없을 때, 우리는 종종 그 감정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발견한 비밀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우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어보세요. 뇌를 속여 기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양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던 스위치를 반대쪽에서 켜는 것뿐입니다.
당신의 몸은 생각과 감정을 조종하는 가장 강력한 리모컨입니다. 오늘, 당신은 그 리모컨의 사용법을 배운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