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 효과: 왜 흠집 하나가 전체를 망치는가 (행동경제학 실험)

40개짜리 식기 세트가 24개짜리보다 더 싸게 팔린 이유는? 깨진 접시 몇 개가 전체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 효과와 우리 뇌의 비합리적인 '평균화' 함정을 파헤칩니다.

당신이라면 얼마를 내시겠습니까?

당신이 지금 동네 가게의 창고 정리 세일에 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평소 30~60달러에 팔리던 괜찮은 품질의 저녁 식기 세트 두 종류가 파격적인 가격에 나왔습니다. 주인은 당신에게 두 세트의 구성을 자세히 보여줍니다.

두 가지 저녁 식기 세트
  세트 A: 40개 구성 세트 B: 24개 구성
대형 접시 8개 (모두 정상) 8개 (모두 정상)
스프/샐러드 볼 8개 (모두 정상) 8개 (모두 정상)
디저트 접시 8개 (모두 정상) 8개 (모두 정상)
8개 (2개 파손)  
컵 받침 8개 (7개 파손)  

자, 잠시 숨을 고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봅시다. 두 세트의 품질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어느 쪽이 더 가치가 높을까요?

이건 사실 질문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쉽습니다. 세트 A는 세트 B의 모든 구성을 포함하고, 거기에 멀쩡한 디저트 접시 7개와 추가 구성품까지 더 얹어주니까요. 당연히 세트 A의 가치가 더 높아야 합니다. 실제로 두 세트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게 한 '공동 평가'에서 사람들은 세트 A에 32달러, 세트 B에 30달러를 매겨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에게 이 두 세트를 따로따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요?

상식의 배신: 왜 사람들은 더 적은 것에 더 많은 돈을 냈을까?

시카고 대학의 크리스토퍼 시(Christopher Hsee)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비합리성이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세트 A만, 다른 그룹에게는 세트 B만 보여주는 '단독 평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세트 B(24개)에 평균 33달러를 매겼습니다. 반면, 훨씬 더 많은 구성을 가진 세트 A(40개)에는 고작 23달러를 매겼습니다.

믿어지시나요? 세트 A에서 16개의 구성품(그중 7개는 멀쩡한 것)을 '덜어냈더니' 오히려 그 가치가 10달러나 상승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유명한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 효과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비상식적인 결과가 나온 걸까요? 이유는 우리 머릿속의 빠른 의사결정자, 즉 '시스템 1'이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적을수록 많다 (Less is More) 효과

우리의 직관(시스템 1)은 가치를 논리적으로 '합산'하는 대신, 전체적인 인상을 '평균'내어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몇 가지 부정적인 요소가 포함되면, 전체 세트의 평균적인 매력이 급격히 떨어져 긍정적인 요소들의 가치까지 함께 깎아내리는 현상입니다.

깨진 접시의 저주: 뇌는 더하기를 못하는 계산기

우리의 논리적인 뇌(시스템 2)는 '경제적 가치는 합산되는 변수'라는 것을 압니다. 긍정적인 가치를 가진 물건을 더하면 전체 가치는 올라가야만 하죠. 하지만 우리의 직관적인 뇌(시스템 1)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세트 B를 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완벽하고 깔끔한 24개의 식기 세트'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만 남습니다. 반면 세트 A를 본 사람들은 어떨까요? 그들은 멀쩡한 31개의 접시보다, 보기 흉하게 이가 나가고 깨진 9개의 접시에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받습니다. 이 '깨진 접시'라는 강력한 부정적 신호가 세트 A 전체의 '평균적인' 매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버린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가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을 냅니다.

아무도 깨진 접시에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존재만으로도 세트 A의 평균 가치는 세트 B보다 훨씬 낮게 느껴집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기꺼이 더 적은 구성을 가진 세트 B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된 것이죠.

이것은 접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험 경제학자 존 리스트는 실제 야구 카드 시장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가치가 높은 10장의 카드 세트보다, 거기에 평범한 가치의 카드 3장을 '추가한' 13장 세트가 '단독 평가'에서는 오히려 더 낮은 가격에 팔렸습니다. 덤으로 얹어준 카드가 전체 세트의 '평균적인 희소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 '적을수록 많다' 함정

이 '깨진 접시'의 저주는 생각보다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비싼 선물에 값싼 사은품을 어설프게 끼워 넣었다가 오히려 전체 선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마케팅 실수가 바로 그 예입니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무언가를 평가할 때, 우리의 직관은 전체의 합계를 보지 않고 가장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으로 전체를 판단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큰 장점보다,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이 우리의 판단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혹시 당신의 삶에도, 몇 개의 '깨진 접시' 때문에 전체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지는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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