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vs 통계: 당신의 뇌가 그럴듯한 '인과적 사고'에 속는 이유 (그리고 통계적 사고 훈련법)

왜 우리는 1%의 가능성을 가진 생생한 이야기와 99%의 확률을 가진 통계 데이터 앞에서 이야기를 선택할까요? 당신의 뇌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 '인과적 사고 오류'의 비밀과 이를 극복할 '통계적 사고 훈련법'을 알아봅니다.

당신의 뇌를 시험할 아주 간단한 퀴즈

여기 스티브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매우 수줍어하고 내성적이며, 늘 남을 돕지만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온순하고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하며, 세부 사항에 대한 열정이 있습니다."

자, 스티브의 직업은 무엇일까요? 농부일까요, 아니면 사서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사서'라고 답할 겁니다. 스티브에 대한 묘사가 우리가 가진 '사서'의 고정관념과 너무나 완벽하게 들어맞기 때문이죠. 만약 당신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방금 당신의 뇌는 통계적 현실을 무시하고 그럴듯한 이야기에 기꺼이 손을 들어주는,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흔하고도 치명적인 오류에 빠진 것입니다.

이야기꾼(시스템 1) vs 과학자(시스템 2)

우리 뇌의 자동 조종 장치인 시스템 1은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흩어진 단서들을 모아 그럴듯한 인과관계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는 천재적이지만, 지루하고 추상적인 통계 데이터를 다루는 데는 지독할 정도로 무능합니다. 반면, 우리의 이성적인 시스템 2는 통계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게으르고 많은 노력을 요구하죠.

문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야기꾼인 시스템 1이 먼저 고삐를 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꾼은 두 가지 강력한 착각을 무기로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첫 번째 함정: 그럴듯한 이야기가 확률을 이긴다 (기저율 무시)

다시 스티브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당신이 '사서'라고 답할 때, 당신의 뇌는 결정적인 사실 하나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바로 세상에는 사서보다 농부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통계적 사실, 즉 '기저율(Base Rate)'입니다. 남성 농부와 남성 사서의 비율은 20:1 이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티브의 성격이 어떻든 간에, 그는 통계적으로 농부일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하지만 '수줍은 농부'라는 이야기보다 '수줍은 사서'라는 이야기가 훨씬 더 그럴듯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우리의 시스템 1은 95%의 확률을 가진 통계(기저율)를 버리고 5%의 가능성을 가진 이야기를 선택해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저율 무시(Base-Rate Neglect)'라는, 인지심리학의 대가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밝혀낸 가장 대표적인 인과적 사고 오류입니다(Tversky, A., & Kahneman, D. (1974).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엄청난 성과를 기록한 정점 이후, 다음 성과는 평균선에 더 가까워지는 '평균으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그래프.
필연적인 통계적 현상인가, 아니면 잡지의 저주인가. 엄청난 성과를 기록한 정점 이후, 다음 성과는 평균선에 더 가까워지는 '평균으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그래프

두 번째 함정: 우리는 '저주'와 '기적'을 너무 쉽게 믿는다 (평균으로의 회귀)

엄청난 활약을 펼친 운동선수가 유명 스포츠 잡지의 표지를 장식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직후 선수는 끔찍한 슬럼프에 빠집니다. 사람들은 "역시 잡지의 저주야!"라고 말하며 인과관계를 찾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훨씬 더 지루하고 통계적입니다. 이것은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통계 현상일 뿐입니다. 모든 선수의 기량에는 평균치가 있습니다. 잡지 표지에 실릴 정도의 '역대급 활약'은 그 평균에서 한참 벗어난 극단적인 값이므로, 다음번 활약은 그저 자신의 원래 평균 실력에 더 가까워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뿐입니다. 상승이 있으면 하락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우리의 시스템 1은 이런 무미건조한 통계적 설명을 견디지 못합니다. 대신 '성공에 대한 자만심', '언론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한 부담감', 심지어 '잡지의 저주'와 같은 흥미진진한 인과적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립니다.

어떻게 '통계적 사고'를 훈련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강력한 이야기꾼의 속삭임에 영원히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게으른 과학자, 시스템 2를 의식적으로 훈련시킴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1. "그래서 기저율이 얼마인데?"라고 질문하기: 어떤 생생한 사례나 이야기에 현혹될 때, 잠시 멈추고 그 이야기가 속한 전체 집단의 통계적 확률(기저율)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 암 치료법으로 완치된 사람이 있다고? 그래서 이 치료법의 전체 성공률은 몇 퍼센트지?"
  2. 인과관계보다 상관관계를 먼저 의심하기: 두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고 해서 섣불리 원인과 결과로 단정하지 마세요. "광고를 하자 매출이 올랐다"가 "광고가 매출을 올렸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다른 요인(계절, 경쟁사 할인 종료 등)은 없었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3. 극단적인 결과는 '평균'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엄청난 성공이나 끔찍한 실패 다음에는, 그저 그런 평범한 결과가 따라올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세요. 모든 것에 특별한 원인을 찾으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야기를 사랑하되, 통계를 존중하라

인과적 사고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에 쓸 수 있는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특히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우리는 이야기의 유혹을 잠시 내려놓고, 차갑고 불편하지만 진실에 더 가까운 통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당신의 뇌 속 이야기꾼과 과학자가 다음에 충돌할 때, 당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그 선택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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