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ng)
당신은 왜 '영혼'이 있다고 느낄까?
잠시 당신의 몸과 마음을 생각해보세요. 당신은 당신의 뇌와 동일한 존재인가요, 아니면 뇌라는 기계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나'라는 존재가 따로 있다고 느끼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처럼 느낍니다. 마치 육체라는 껍데기 안에 비물질적인 영혼이나 자아가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 기묘하고도 보편적인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심리학자 폴 블룸(Paul Bloom)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스터리, 즉 종교적 믿음의 기원을 푸는 열쇠를 찾았습니다. 그의 주장은 도발적입니다. 신과 영혼에 대한 믿음은 위대한 예언자의 계시나 심오한 신학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뇌에 깊숙이 각인된 두 가지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사고(Accident)' 혹은 부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본능: 우리는 모두 태어날 때부터 이원론자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두 개의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으로 나눠서 봅니다. 하나는 돌멩이나 의자처럼 법칙을 따르는 '물질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믿음, 욕망, 감정을 가진 '마음의 세계'입니다. 폴 블룸은 이것을 '상식적 이원론(common-sense dualism)'이라고 부릅니다(Bloom, P. (2005). Is God an Accident?).
이 이원론적 사고는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서부터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아이들은 찻잔을 떨어뜨리면 깨진다는 물리적 인과성은 이해하지만, 엄마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부탁'이나 '애교' 같은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압니다.
마음은 몸이 사라져도 계속 존재할 수 있다?
이원론이 종교적 믿음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지점은 바로 '죽음'에 대한 생각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생쥐 한 마리가 악어에게 잡아먹혔어. 이제 생쥐의 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아. 그럼 이 생쥐는 배고픔을 느낄까? 아니면 엄마를 그리워할까?"
놀랍게도, 아이들은 생쥐가 더 이상 먹거나 뛸 수 없다는 사실(생물학적 기능의 정지)은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배고픔을 느끼고 엄마를 그리워할 수 있다(정신적 기능의 지속)고 믿는 경향을 보입니다. 몸은 사라져도 마음은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 이것이 바로 영혼, 사후세계, 유령에 대한 믿음이 싹트는 비옥한 토양이 되는 것입니다.
.png)
두 번째 본능: 우리는 세상 모든 것에서 '의도'를 본다
우리의 두 번째 공장 설정값은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와 목적이 있다'고 믿는 경향입니다. 이것은 사회적 동물로서 생존하기 위해 다른 존재의 의도를 파악하도록 진화한 능력의 연장선입니다. 폴 블룸은 이것을 '초과 활동하는 행위자 탐지 장치(hyperactive agency-detection device)'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단순히 움직이는 삼각형 두 개와 원 하나를 보고도 '불량배와 그를 물리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의도적 인과성을 지각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사회생활에 필수적이지만, 때로 과도하게 발현되어 무생물이나 자연 현상에서도 의도와 목적을 찾게 만듭니다(Bloom, P. (2007). Religion is natural.).
아이들은 "구름은 비를 내리기 위해 존재해", "산은 우리가 올라갈 수 있도록 뾰족하게 생겼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는 창조된 목적이 있다는 이 '목적론적 사고(teleological thinking)'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지적인 설계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창조주, 즉 신의 개념입니다.
신은 뇌의 필연적인 창조물인가?
폴 블룸의 이론을 종합하면, 종교적 믿음의 기원은 하나의 완벽한 폭풍과 같습니다.
- 상식적 이원론은 우리에게 육체를 떠나 존재할 수 있는 '영혼'의 개념을 줍니다.
- 초과 활동하는 행위자 탐지 장치는 우리에게 세상을 설계하고 목적을 부여하는 보이지 않는 '지적 존재(신)'의 개념을 줍니다.
이 두 가지 강력한 본능이 결합될 때, 신과 영혼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적 세계관은 더 이상 비합리적인 믿음이 아니라, 우리 뇌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론이 됩니다.
이것은 종교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류의 가장 깊고 보편적인 믿음이, 우리의 인지적 구조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통찰입니다. 결국, 신에 대해 묻는 것은 우리 자신의 뇌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도록 설계되었는지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