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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원래 비싸다"는 거짓말
2000년대 초반, 전기차는 부자들의 장난감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터무니없이 비싼 배터리 가격 때문이었죠. 당시 배터리 팩의 가격은 1킬로와트시(kWh)당 600달러가 넘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두 "배터리 가격은 원래 그렇다. 여기서 더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일론 머스크는 그 '당연함'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잠깐, 배터리의 본질이 뭐지?" 그는 배터리를 '마법의 상자'가 아닌, 근본적인 '재료'의 집합체로 바라봤습니다. 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탄소, 그리고 그것들을 담는 깡통. 그는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이 원자재들의 실제 가격을 일일이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모든 재료를 따로 사서 직접 조립하면, kWh당 80달러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죠.
업계가 "원래 그렇다"며 수십 년간 따라온 관습의 벽을, 그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무너뜨린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일론 머스크의 비밀 무기, '제1원리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입니다.
이것은 비단 로켓을 쏘아 올리는 천재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닙니다. 매일의 업무와 삶에서 마주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남들과 다른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가장 강력한 '생각의 운영체제(OS)'입니다.
당신은 '요리사'인가, '셰프'인가?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유추에 의한 사고(Reasoning by Analogy)'라는 손쉬운 길을 택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예전에도 이런 방식이 통했으니까"라며, 기존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는 '요리사'처럼 생각하는 것이죠. 이 방식은 빠르고 안전하지만, 절대 기존의 레시피를 뛰어넘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반면, 제1원리 사고는 '셰프'의 방식입니다. 셰프는 레시피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대신, 밀가루, 계란, 소금, 물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제1원리)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결합하여 세상에 없던 요리를 창조해냅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진실'로부터 생각의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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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부터 이어져 온 '물리학적 사고법'
이 강력한 사고법은 사실 2,000년도 더 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한 제1원리, 즉 가장 기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한 진정한 지식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1원리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명제이자 진실을 의미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사고방식을 '물리학적 접근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는 세상을 관습이나 유행이 아닌, 반박할 수 없는 물리학의 법칙처럼 근본적인 단위까지 분해해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일상의 문제를 '해킹'하는 3단계 제1원리 사고법
그렇다면 이 거창해 보이는 사고법을, 우리는 어떻게 일상의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다음 3단계를 따라 당신의 뇌를 '셰프 모드'로 전환해보세요.
1단계: 문제의 '가정'을 파괴하라 (Identify and Break Down Assumptions)
모든 문제에는 "원래 그런 거야"라는 보이지 않는 '가정'들이 깔려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가정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 의심하는 것입니다.
- 문제: "매달 돈이 부족하다."
- 숨겨진 가정들: "나는 돈을 너무 적게 번다", "서울에서 살려면 원래 이 정도는 든다", "커피값이나 교통비는 어쩔 수 없는 고정 지출이다", "더 벌려면 투잡을 뛰어야 한다."
2단계: 문제의 '원자'를 찾아라 (Break the Problem Down to Its Fundamental Principles)
이제, 그 가정들을 모두 파괴하고,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진실'과 '구성 요소'를 찾아냅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 단위까지 분해하는 것입니다.
- 근본적인 진실: "나의 생존과 만족을 위해, '수입'이 '지출'보다 커야 한다."
- 구성 요소 (지출): 주거비(월세/관리비), 식비(집밥/외식), 교통비(대중교통/택시), 통신비, 여가비(영화/모임), 쇼핑, 기타...
- 구성 요소 (수입): 월급
3단계: '원자'부터 새롭게 재구성하라 (Create New Solutions from Scratch)
마지막으로, 분해된 원자들을 바탕으로 '제로베이스'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새롭게 조립합니다. 남들이 하는 방식은 모두 잊어버리세요.
- 새로운 해결책 (재구성): "꼭 서울에 살아야 할까? 경기도로 이사가면 주거비를 40% 줄일 수 있다.", "매일 마시는 커피 대신, 회사 탕비실의 원두를 활용하면 월 10만원을 아낄 수 있다.", "투잡 대신, 나의 '엑셀 실력'을 온라인 강의로 만들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주의하세요! 이것은 '비판'이 아닌 '창조'를 위한 도구입니다.
제1원리 사고의 목표는 기존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기존의 방식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를 근본부터 이해하고, 그 본질적인 요소들을 활용하여 '더 나은 방식'을 창조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파괴는 창조를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당신 안의 '일론 머스크'를 깨우는 질문
일론 머스크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남들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받아들이는 것들을 끊임없이 "정말로?"라고 질문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삶에도 수많은 '원래 그런 것'들이 존재할 겁니다. "이 나이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녀야 해", "보고서는 반드시 이 양식에 맞춰야 해", "우리 팀의 회의 방식은 원래 이래".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 관습과 가정의 껍질을 벗겨내고, 문제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제1원리'를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당신도 당신의 삶을 혁신하는 '셰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을 가장 답답하게 만드는 문제를 하나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아이처럼 순수하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왜 꼭 그래야만 하지?" 그 질문이야말로, 당신 안의 '일론 머스크'를 깨우는 가장 강력한 주문이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 제1원리 사고는 모든 문제에 적용할 수 있나요?
-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1원리 사고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모든 사소한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오늘 점심 뭐 먹지?" 같은 문제보다는, 당신의 삶이나 업무에 정말 중요하고, 복잡하며,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예: 커리어 전환,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 반복되는 갈등 해결)에 적용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 너무 근본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비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지 않나요?
- 훌륭한 지적입니다. 그래서 3단계 '재구성' 과정이 중요합니다. 2단계에서 찾아낸 근본적인 원리들을, 현재 내가 가진 자원, 기술, 시간 등 '현실적인 제약 조건' 안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재결합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1원리 사고는 몽상이 아니라, 가장 현실에 기반한 '극한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고법입니다.
- 제1원리 사고를 훈련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 '소크라테스 문답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훈련이 됩니다. 어떤 문제나 주장을 접했을 때, 스스로에게 5번 연속으로 "왜?(Why?)"라고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표면적인 이유를 넘어, 문제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근본 원인과 제1원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운동을 해야 한다" → "왜?" → "건강해지기 위해" → "왜?" → "오래 살기 위해" 와 같이 파고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