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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10만 원을 내고 실손보험을 청구했는데, 통장에 7만 원만 입금된 경험. 혹시 "보험사가 또 내 돈 떼먹었나?" 하고 분통을 터뜨리셨나요?
판사 시절부터 수많은 보험 분쟁을 다뤄본 변호사로서 단언컨대, 이것은 보험사의 '꼼수'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히려 우리 대부분이 실손보험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핵심 개념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내가 낸 병원비 전액을 돌려받는 보험"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실손보험. 그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그 작동의 비밀을 지금부터 명쾌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왜 내 보험금이 깎여서 들어오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앞으로 병원비를 내기 전에 내가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10원 단위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내 보험금이 깎이는 첫 번째 이유: '자기부담금'의 존재
실손보험은 내가 낸 병원비를 100% 돌려주는 보험이 아닙니다. 약관에 따라, 의료비의 일부는 가입자가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설정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부담금'입니다. 자기부담금은 불필요한 과잉 의료 이용을 막고, 더 저렴한 보험료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문제는, 이 자기부담금 비율이 내가 언제 실손보험에 가입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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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손보험, 몇 세대인지 확인하셨나요?
- 1세대 (착한 실손 이전, ~2009년 9월): 자기부담금이 0원이거나, 있더라도 통원 시 5천 원 정도인 전설의 실손. 병원비를 거의 100% 돌려받습니다.
- 2세대 (표준화 실손, ~2017년 3월): 자기부담금 10~20%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내가 낸 병원비의 80~90%를 돌려받습니다.
- 3세대 (신 실손, ~2021년 6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기부담금이 20%로 높아졌고, 일부 비급여 항목은 특약으로 분리되었습니다.
- 4세대 (현재 실손, 2021년 7월~): 자기부담금이 급여 20%, 비급여 30%로 가장 높습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병원 이용 시 내 부담도 커집니다.
내 보험금이 깎이는 두 번째 이유: '급여' vs '비급여'
자기부담금만큼이나 중요한 개념이 바로 '급여'와 '비급여'의 차이입니다. 병원비 영수증을 자세히 보시면, 항목이 이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급여: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공단과 내가 비용을 나누어 내는 필수 치료 항목입니다.
- 비급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0%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선택 치료 항목입니다. (예: 도수치료, 최신 MRI, 영양주사, 상급병실료 등)
실손보험의 진짜 가치는 바로 이 '비급여' 항목을 보장해 주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3세대 실손보험부터는 과잉 진료가 잦은 아래 세 가지 항목을 '3대 비급여 특약'으로 따로 분리하여, 더 높은 자기부담률(30%)과 별도의 보상 한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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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알려주는 실전 계산법: 왜 10만 원이 7만 원이 되었을까?
자,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3세대 실손 가입자가 비급여 도수치료를 받고 병원비 10만 원을 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1단계 (자기부담금 계산): 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금은 30%입니다. 10만 원의 30%인 3만 원이 내 자기부담금입니다.
- 2단계 (최소 공제금액 확인): 3세대 실손의 비급여 통원 최소 공제금액은 보통 2만 원입니다.
- 3단계 (둘 중 큰 금액 공제): 보험사는 1단계 금액(3만 원)과 2단계 금액(2만 원) 중 '더 큰 금액'을 공제합니다. 즉, 3만 원이 최종 공제금액이 됩니다.
- 최종 지급액: 내가 낸 병원비 10만 원에서 최종 공제금액 3만 원을 뺀 7만 원이 나에게 지급됩니다.
이제 모든 의문이 풀리셨을 겁니다. 보험사가 돈을 떼먹은 것이 아니라, 약관에 명시된 '자기부담금' 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지급된 것입니다.
'아는 것'이 당신의 보험금을 지킵니다
실손보험은 우리가 가진 가장 든든한 의료 안전망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정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에도 오해와 불신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보험 증권을 꺼내 보세요. 그리고 내가 가입한 상품이 몇 세대 실손인지, 자기부담금은 몇 퍼센트인지, 3대 비급여 특약의 보상 한도는 얼마인지 확인해보십시오.
그 작은 확인 절차 하나가, 앞으로 당신이 병원 문을 나설 때마다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을, '나는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명확한 확신으로 바꾸어 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금융 전문가가 말하는, 내 돈과 권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