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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잠들 시간, 당신은 오늘 하루에 만족하시나요?
아침 7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켜, 쉴 틈 없이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저녁 약속을 소화합니다. 캘린더는 빈틈없이 채워져 있고, 할 일 목록은 몇 가지 지워졌습니다. 분명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 어째서 마음 한구석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할까요?
저는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 시간의 본질을 사유하는 철학자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비슷한 질문을 읽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행복하지 않을까?” 그 질문의 답은, 어쩌면 우리가 시간을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리보다 현명했습니다. 그들은 시간을 두 가지의 다른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바로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입니다.
1. 우리를 집어삼키는 시간, ‘크로노스’의 폭정
크로노스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바로 그 시간입니다. 시계의 초침이 똑딱거리며 흘러가는, 1분은 60초이고 하루는 24시간인, 객관적이고 양적인 시간이죠. 그리스 신화 속에서 자신의 자식들을 집어삼키는 신 ‘크로노스’처럼, 이 시간은 우리를 끊임없이 재촉하고 늙게 만들며, 과거는 후회로, 미래는 불안으로 채웁니다.
현대 사회는 크로노스의 완벽한 왕국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돈처럼 ‘관리’하고 ‘소비’하며, 1분 1초라도 비어 있으면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크로노스적 시간관에 갇힐수록,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바로 시간의 ‘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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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를 충만하게 하는 시간, ‘카이로스’의 속삭임
반면, 카이로스는 시계로 측정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그것은 ‘적절한 때’, ‘의미 있는 순간’, ‘결정적 기회’를 의미하는 주관적이고 질적인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은 대화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순간, 아름다운 음악에 전율하며 모든 시름을 잊었던 순간, 창작 활동에 완전히 몰입해 밤을 새운 순간. 이 모든 것이 바로 카이로스입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Flow)’의 경험이 바로 카이로스를 체험하는 대표적인 상태입니다(Csikszentmihalyi, M.). 현재 하는 일에 완전히 빠져들어 시간의 흐름을 잊고 ‘나’라는 존재마저 희미해지는 그 순간, 우리는 크로노스의 폭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충만함을 느끼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경험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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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신의 일상에 ‘카이로스’를 초대하는 3가지 방법
카이로스는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초대할 수 있습니다. 크로노스의 촘촘한 일정 속에 ‘카이로스의 틈’을 만드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 1: 의도적으로 ‘빈 공간’ 만들기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이라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멍때리는 시간’을 캘린더에 예약하세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산책을 하거나, 창밖을 바라보거나, 그저 가만히 앉아 있으세요. 이 ‘비생산적인’ 시간이 당신의 뇌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예상치 못한 영감(카이로스)이 깃들 공간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방법 2: ‘지금 이 순간’에 닻 내리기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우리를 크로노스의 감옥에 가둡니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했듯, 진정한 힘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할 때 나옵니다(Tolle, E.). 지금 당장, 당신이 마시는 차의 향과 온기에 집중해보세요. 당신의 발이 땅에 닿는 감각을 느껴보세요. 이 단순한 알아차림이 당신을 크로노스의 흐름에서 건져내어 카이로스의 섬으로 데려다줄 것입니다.
방법 3: 나만의 ‘몰입 스위치’ 찾기
당신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코딩, 정원 가꾸기, 요리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당신의 ‘몰입 스위치’를 찾아내고, 그 활동을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하세요. 몰입은 카이로스로 들어가는 가장 확실한 문입니다.
시간을 쓰는 대신, 시간을 음미하세요
시간을 화폐처럼 쓰는 데 익숙한 우리는, 때로 시간을 예술 작품처럼 음미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바쁘게 10시간을 보낸 날보다, 단 1시간이라도 깊이 몰입한 날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가 바로 카이로스 때문입니다.
당신의 캘린더를 할 일(To-do list)로만 채우지 마세요. 그 안에 당신의 영혼을 충만하게 할 ‘존재할 일(To-be list)’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세요. 크로노스의 시계는 언제나 공평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의미 있는 카이로스로 바꾸는 것은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오늘 밤 잠들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의 하루는 크로노스로 가득했는가, 아니면 카이로스로 빛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