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그런 거야" 라는 말, 더는 통하지 않습니다
혹시 ‘남자가 군대 가는 건 당연하다’는 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2030 남성들에게 그 말은 더 이상 당연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깊은 분노와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말이 되었죠.
저는 ‘남녀는 동등하다’고 배우며 자란 첫 세대입니다. 여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경쟁했고, 그들이 저보다 공부를 잘하거나 리더십이 뛰어나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배운 ‘상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스무 살이 되자마자, 국가는 오직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저에게만 ‘병역 의무’라는 무거운 짐을 지웠습니다. 학업과 경력은 강제로 중단되었고,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야 했습니다. ‘평등’을 외치던 세상은 그 순간만큼은 침묵했습니다.
희생은 있는데, 보상은 없는 사회
이 경험은 제 안에 있던 ‘공정’이라는 가치관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남녀는 동등하다면서, 왜 국방의 의무는 남성에게만 강요되는가?’ 이 순수한 질문에 기성세대는 늘 똑같이 답했습니다.
“원래 그런 거야. 남자가 좀 참아라.”
이해와 공감이 아닌, 일방적인 희생의 강요였습니다. 심지어 과거에 존재했던 최소한의 보상인 ‘군가산점 제도’마저 폐지되면서, 2030 남성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 희생했지만, 사회는 그 희생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남성들이 군대 역차별을 외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우리가 정말 화나는 것은 ‘비교’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남성들의 분노가 ‘여성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단순한 비교에서 온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릅니다. 우리가 진짜 분노하는 것은, 우리가 배운 ‘평등’이라는 약속과 현실의 ‘불공정’ 사이의 거대한 괴리감입니다.
우리는 여성이 군대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남성만이 짊어져야 하는 이 특별한 희생에 대해 사회가 정당한 존중과 인정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세대 갈등인가, 젠더 갈등인가?
2030 남성들의 목소리는 종종 ‘이기적인 혐오 표현’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은 혐오가 아닌, 정당한 인정을 요구하는 절박한 목소리에 가깝습니다.
‘평등’을 가르쳤다면,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 역시 공정하게 분배되거나, 혹은 일방적인 희생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상식적인 요구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20대 남녀갈등이라는 비극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병역 의무 불공정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세대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공정’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모두의 숙제입니다. “원래 그랬다”는 말로 덮어두기에는, 지금 2030 남성들이 느끼는 상처와 소외감이 너무나도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