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마음속에 이런 질문을 품어본 적 없으신가요?
“부모답지 않은 부모에게도, 과연 효도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우리 사회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암묵적인 금기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고, 그렇지 못하는 자신을 ‘불효자’라며 자책하곤 하니까요. 저 역시 이 무거운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서성였습니다. 수많은 강연에서 가장 많은 분이 뜨겁게 반응하고, 또 아파했던 주제이기도 했죠.
효도의 '자격'을 묻다: 당연함에 대한 첫 번째 균열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모든 부모가 효도받을 자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오랜 연구와 성찰 끝에 내린 잠정적인 결론입니다.
물론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극단적인 사례들을 떠올려보면, 이 명제는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부모 자식이라는 혈연관계가 모든 잘못을 정당화하고, 자식에게 일방적인 의무를 강요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효’를 이유가 필요 없는 당위성으로만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왜 효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식이니까”라는 대답 외에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효도는 공허한 강요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강요는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처와 죄책감을 남겼습니다.
"효도는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 가꾸어야 할 관계입니다."
빚이 아닌 '관계'로서의 효도: 나를 지키는 새로운 관점
우리가 효도에 대해 힘들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효도를 ‘과거에 받은 것을 갚아야 할 빚’으로 여기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부모님이 나를 낳고 길러주셨으니, 그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죠.
물론,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은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저 역시 부모님께 받은 사랑 덕분에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부모가 있고, 모든 부모 자식 관계가 이상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사랑보다 상처를 더 많이 받았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을 갚듯 억지로 효도를 해야 할까요? 그런 효도가 과연 누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효도를 ‘의무’나 ‘채무 관계’가 아닌, 살아있는 ‘인격적인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관계는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습니다. 존중과 사랑이 오갈 때 비로소 그 관계는 의미를 갖습니다.
당신의 감정이 가장 정직한 해답입니다
만약 부모님을 생각할 때 감사함보다 원망과 아픔이 먼저 떠오른다면, 그 감정을 애써 외면하지 마세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붙들고 있지?”라는 질문이 든다면,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때로는 무조건적인 희생이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태도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과의 관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작은, 효도라는 이름 아래 나 자신을 더 이상 상처받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결심입니다. 일방적인 의무감에서 벗어나, 나에게 맞는 건강한 관계의 거리와 방식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것. 그것이 바로 정서적 독립의 첫걸음이자, 나를 지키는 진짜 효도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명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각자의 삶과 관계 속에서 수없이 던져지고 재정의되어야 할 복잡하고 깊이 있는 질문입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에 작은 위로와 함께,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갈 용기를 드렸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