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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명절 고속도로에서 운전해 보신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꽉 막힌 도로, 끝없이 이어진 차들의 행렬. 그런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렇게 많은 차가 한쪽 길로 쏠리는 걸 보니, 저 길이 빠른 길인가?' 내비게이션은 직진을 가리키고 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긴 줄의 맨 끝에 차를 붙이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어쩌면 이와 같지 않을까요? 내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저 많은 사람이 가는 길, 사회가 '정답'이라고 말해주는 길을 무작정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남들 다 하니까', '이게 안정적이니까'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가치관의 중요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나만의 목적지가 없다면, 우리는 평생 남의 차 뒷꽁무니만 보다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 기준이 없을 때 벌어지는 일: 심리학의 경고
나만의 가치관, 즉 '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남과의 비교에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이는 심리학의 가장 고전적인 이론 중 하나인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을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을 때,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여 그 기준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Festinger, 1954).
마치 내 차의 성능을 알 수 없을 때, 옆 차보다 빠른지 느린지로 내 차의 가치를 판단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내 삶의 가치를 '남들보다 나은가'라는 지극히 불안정한 기준에 맡겨버린다는 점입니다.
가치관의 '외주'가 가져오는 비극
제가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그거 해서 뭐 먹고 살래?"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의대에 가겠다고 하면 아무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의사'라는 길은 사회적으로 이미 가치가 검증된 '정답'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나다움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우리는 내 인생의 가치 평가를 사회의 통념이나 남들의 시선에 '외주'를 주게 됩니다. 내 삶의 만족을 내가 아닌, 남의 인정과 칭찬에서 구걸하게 되는 것입니다.
목표 설정 이론: '좋은 목적지'의 조건
그렇다면 어떻게 나만의 기준을 만들고, 흔들리지 않는 인생의 목적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세계적인 동기 심리학자인 에드윈 로크(Edwin Locke)와 개리 래섬(Gary Latham)이 35년간 발전시킨 '목표 설정 이론(Goal Setting Theory)'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목표보다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가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입니다(Locke & Latham, 2002). '행복하게 살자'는 목표는 고속도로 위에서 '어딘가 좋은 곳으로 가자'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으니 결국 남들 가는 곳만 쳐다보게 되죠.
나만의 목적지를 설정하는 법
대신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삶을 살겠다' 또는 '나는 내가 만든 가구로 사람들의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겠다'와 같이, 나만의 가치관에 기반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행위입니다.
이 목적지는 반드시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좋은' 목적지가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가치 있다고 믿는' 목적지여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일상에서 의미와 활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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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기준 만들기란, 세상의 수많은 길 앞에서 나만의 목적지를 선언하는 용기입니다. 더 이상 정체 모를 차들의 행렬에 불안해하며 따라가지 마세요.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당신의 심장이 정말로 가리키는 곳이 어디인지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만의 목적지가 입력되는 순간, 고속도로의 소음은 사라지고 당신의 엔진 소리만이 힘차게 울려 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