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내 인생의 문제는 풀리지 않을까?
혹시 아무리 애써도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깊은 좌절감을 느껴본 적 없으신가요?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거나, 건강을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험 말입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문제를 '푸는' 훈련을 받아왔습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고, 가장 효율적인 공식으로 빠르게 답을 찾아내는 훈련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어려움 역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랜 시간 뇌를 공부하며, 이것이 가장 큰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종류를 재정의하다: 해결(Solution) vs 해소(Dissolution)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해결되는 문제'와 '해소되는 문제'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불필요한 좌절감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구분 | 해결되는 문제 (Tame Problems) | 해소되는 문제 (Wicked Problems) |
---|---|---|
정의 | 문제와 정답이 명확하고, 인과관계가 뚜렷함 |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정답이 없음 |
접근 방식 | 분석적, 논리적 사고 (1차적 변화) | 관점의 전환, 의미 부여 (2차적 변화) |
목표 | 정답 찾기 (Solution) | 문제의 소멸 (Dissolution) |
대표 예시 | 수학 문제, 기계 고장 수리, 정해진 규칙의 게임 | 인간관계 갈등, 건강 문제, 불안감, 진로 고민 |
'해결되는 문제'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명확한 답이 존재합니다. 올바른 공식을 적용하면 누구에게나 동일한 결과가 나오죠. 하지만 '해소되는 문제'는 다릅니다. 이는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의 원인조차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고약한 문제(Wicked Problems)'들입니다(Rittel & Webber, 1973). 이런 문제에 '정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관점을 바꾸는 철학자의 지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인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해소되는 문제'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철학의 오랜 난제들, 예를 들어 '신은 존재하는가?', '궁극의 진리는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애초에 '잘못된 질문'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문제의 정당성을 따져 묻지 않은 채, 주어진 문제에 답을 찾으려고만 했다."
그의 방식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혀 문제를 '해소'시켜 버리는 것이었습니다(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신'이라는 단어의 정의조차 시대와 문화마다 다른데, 어떻게 유일한 정답을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죠.
이는 마치 '이 방의 온도를 높이지 말고 추위를 없애달라'는 말과 같습니다. 온도를 높이면 추위는 저절로 사라집니다. 문제 자체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의 문제는 '해결'할 것인가, '해소'할 것인가?
우리는 흔히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져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관계는 더 꼬여만 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해소'의 관점입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대신, '우리는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라고 질문을 바꾸는 순간, 비난 대신 이해가 싹트고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건강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해결'에만 집착하기보다, 내 삶의 방식 전체를 돌아보며 '건강의 의미'를 재정립할 때, 문제는 '해소'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그 문제는 어떤 종류의 문제인가요? 어쩌면 당신은 존재하지도 않는 정답을 찾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답을 찾는 것을 멈추고, 질문 자체를 바꿔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문제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