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원인이 뭔데?" 당신의 뇌는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사건이 터지면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유. 흩어진 단서만으로 순식간에 이야기를 완성하는 우리 뇌의 놀라운 '인과관계 탐색 본능'과 그 위험한 함정을 파헤칩니다.

"그래서, 도대체 왜?" 우리는 왜 이유를 찾아 헤맬까

한번 상상해보세요. 당신이 이런 문장을 읽었다고 말입니다.

"프레드의 부모님은 늦게 도착했다. 출장 요리사들도 곧 올 예정이었다. 프레드는 화가 났다."

자, 프레드는 왜 화가 났을까요? 아마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부모님이 늦게 와서'라고 답하셨을 겁니다. '출장 요리사들이 곧 오기 때문에' 화가 났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죠. 왜일까요? 우리 뇌 속의 거대한 연상 네트워크 안에서 '분노'와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원인과 결과로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분노'와 '요리사를 기다리는 것' 사이에는 그런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흩어진 정보 조각들 사이에서 인과관계를 찾아내 하나의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 이것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자, 우리 뇌의 보이지 않는 자동 조종 장치, 시스템 1의 핵심적인 임무입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할 뿐입니다.

사라진 지갑과 나타난 소매치기: 뇌는 빈칸을 채운다

이 자동적인 이야기꾼의 능력은 때로 없는 사실마저 만들어냅니다. 이런 짧은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뉴욕의 붐비는 거리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 후, 제인은 지갑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에게 기억력 테스트를 해보면, 놀랍게도 문장에 실제로 있었던 '풍경'이라는 단어보다, 문장에 아예 없었던 '소매치기'라는 단어를 훨씬 더 강하게 떠올립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라진 지갑'이라는 사건은 수많은 원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주머니에서 흘렸거나, 식당에 두고 왔거나 말이죠. 하지만 '사라진 지갑', '뉴욕', '붐비는 거리'라는 세 가지 아이디어가 나란히 놓이는 순간, 우리의 시스템 1은 이 모든 단서에 가장 잘 들어맞는 용의자로 '소매치기'를 지목하고, 하나의 완벽한 범죄 스토리를 순식간에 완성해버린 것입니다.

CEO 사임이라는 동일한 원인이 주가 하락과 상승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설명하는 두 개의 상반된 신문 헤드라인 그래픽.
하나의 원인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설명하는 이야기의 모순. CEO 사임이라는 동일한 원인이 주가 하락과 상승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설명하는 두 개의 상반된 신문 헤드라인 그래픽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인과관계 탐색 본능'은 때로 우리를 매우 위험한 착각에 빠뜨립니다. 나심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 스완』에서 이 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어떤 유명 CEO가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한 날, 오전에 그 회사의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그러자 한 뉴스 통신사는 이런 헤드라인을 내보냈습니다.

"주가 하락: 불확실성 증폭시킨 CEO의 충격적 사임"

투자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식을 팔았다는 그럴듯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오후 들어 주가가 다시 급등하자, 헤드라인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주가 급등: 시장은 마침내 CEO 교체를 환영했다"

정말 코미디 같은 상황이죠? 그날의 가장 큰 사건은 'CEO의 사임'이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모든 현상은 'CEO의 사임'이라는 원인으로 설명되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정반대의 두 가지 결과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는, 사실상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서사 오류(Narrative Fallacy)'의 함정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가 필요하지만, 그 필요가 너무 강한 나머지 때로는 현실을 이야기에 꿰맞추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야기 중독자'인가?

우리의 뇌는 혼돈을 견디지 못합니다. 흩어져 있는 무의미한 점들을 보면 어떻게든 연결해서 별자리를 만들어내듯, 우리는 무작위적인 사건들 속에서 원인과 결과를 찾아내 하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로 엮어내려는 강력한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 능력 덕분에 우리는 복잡한 세상을 빠르게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능력 때문에 우리는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고, 단순한 우연을 누군가의 의도로 착각하며, 모든 것을 설명하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쉽게 현혹되기도 합니다.

다음에 어떤 사건의 '원인'에 대해 확신이 들 때,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은 정말 명백한 인과관계일까, 아니면 내 뇌가 만들어낸 그럴듯한 이야기일 뿐일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현명하게 세상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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