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의 행동을 100% 통제하고 있나요?
저는 오랫동안 제 자신을 합리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내가 하는 모든 선택과 행동은 나의 자유 의지에 따른 결과라고 말이죠. 적어도, 심리학자 존 바그(John Bargh)가 설계한 한 기묘하고도 심오한 실험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이 이야기는 당신이 '나'라고 믿는 존재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는지, 그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가장 교묘했던 심리학 실험: 플로리다 효과
이야기의 무대는 뉴욕 대학교, 참가자는 18세에서 22세 사이의 평범한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5개의 단어 묶음에서 4개를 골라 문장을 만드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finds he it yellow instantly"라는 단어 묶음이 주어지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실험 설계: 숨겨진 방아쇠
연구진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평범한 단어 뭉치를 주었지만, 다른 그룹에게 주어진 문장 절반에는 '플로리다(Florida)', '잊어버리는(forgetful)', '대머리의(bald)', '회색의(gray)', '주름(wrinkle)'처럼 노인과 관련된 단어들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 행동(Action): 학생들은 주어진 과제를 마치고, 복도 끝에 있는 다른 사무실로 다음 실험을 위해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 결과(Result): 연구진이 몰래 측정한 것은 바로 학생들이 복도를 걸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노인 관련 단어로 문장을 만들었던 젊은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현저하게 더 느린 속도로 복도를 걸어갔습니다.
이 놀라운 현상을 바로 '플로리다 효과(The Florida Effect)'라고 부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과 행동의 비밀 연결고리
플로리다 효과는 두 단계의 '점화(priming)' 과정을 통해 일어납니다.
- 1단계 (생각 점화): '노인(old)'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관련 단어들이 학생들의 머릿속에 '노인'이라는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점화시켰습니다.
- 2단계 (행동 점화): '노인'이라는 생각이, 노인과 관련된 행동인 '느리게 걷기'를 점화시킨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그 어떤 의식적인 자각도 없이 일어났습니다. 나중에 질문을 받았을 때, 학생들 중 누구도 단어들 사이에 공통된 주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첫 번째 실험에서 봤던 단어들이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리 없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습니다.
'노인'이라는 생각은 그들의 의식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아이디어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놀라운 점화 현상을 관념운동 효과(ideomotor effect)라고 합니다.
당신은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 역시 점화되었습니다. 만약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물 한 잔을 가지러 가야 한다면, 아마 평소보다 아주 약간 더 느리게 움직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시스템 2(의식)는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이유를 모두 알고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하지만 플로리다 효과와 같은 수많은 연구 결과는 그 믿음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과는 조작된 것도, 통계적 우연도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내면에 살고 있는 이 낯선 존재, '시스템 1'에 대해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자유 의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연약한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